[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지속가능성과 상생, 신뢰의 회복을 중심으로 체질을 혁신해야 할 시점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규제가 아닌 혁신 지원 중심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25 프랜차이즈 미래혁신 포럼'을 열고 산업의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Franchise! Fidelity First, Future Fast'를 주제로 학계와 산업계,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 개선과 미래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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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한국유통물류학회장 [사진=프랜차이즈산업협회] |
이날 오세조 연세대학교 경영학 명예교수는 '신뢰를 기반한 한국의 프랜차이즈'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가맹 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점으로 공급자적 사고방식의 하향식 갑을 관계를 짚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공급자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유통 채널을 구축하다 보니 모든 관계를 하향식 갑을 관계로 접근하게 된다"며 "상호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고 본부와 가맹점을 공동 운명체로 인식해 지속적인 파트너십 관계로 사업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명균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새로운 프런티어: K-프랜차이즈 혁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프랜차이즈 4.0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장 교수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외부 경기와 소비 변동에 대한 적응 탄력성이 낮아, 경기 둔화에도 산업이 스스로 조정되지 않는 구조적인 관성이 존재한다"라며 "공급 과잉형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와 본부와 가맹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쪽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승자독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가맹점 수익이 감소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시스템이 효율적일수록 가맹점주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4.0 시대를 열기 위해서 네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먼저, 외식업 편중 구조를 완화하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현재 전체 프랜차이즈의 약 60% 이상이 치킨, 카페 중심으로 구성돼 콘텐츠 IP 중심의 경험 모델이 부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I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데이터 역량의 격차 축소도 시급하다. POS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개인화 분석으로 연계되지 않고, 대부분의 본사에는 데이터 전략실이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적, 경영적인 요인의 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본사 중심의 위계적 통제 구조에서 자율적 혁신과 학습이 필요하고,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 브랜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공정거래법 등 제도적인 개선과 양적 확장 중심이 아닌 질적 향상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혁신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도 진행됐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술 인프라 혁신(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인공지능 프랜차이즈 시대(김상덕, 경남대 교수) ▲데이터 기반 지속가능한 혁신(박규태, 내일사장 대표) ▲프랜차이즈의 상생 구조 (이경희, 리더스비전 대표) ▲법적 이슈 및 상생 제도 개선 방향(이상호, 리앤승 법률사무소 변호사) ▲글로벌 확장을 위한 국내 산업 중요성(임재원, 고피자 대표) 등을 주제로 세부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김상덕 경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AI가 프랜차이즈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라고 주장했다. 그는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본부와 소상공인 간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AI는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정부는 제도적 균형을, 산업계는 데이터 공유를 통한 신뢰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AI 도입이 대기업 본부에만 집중되면 산업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영세 가맹점에 대한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리앤승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차액가맹금에 대해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피자헛 차액가맹금 사건에서 210억원 반환이 인정되며 1조원대 소송 확산이 우려된다"며 "'적정 도매 가격' 기준 명확화와 사후 구제 중심의 제도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본부와 점주가 독립된 사업자라는 원칙 아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 분쟁 해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분쟁의 불씨가 커지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기술을 통한 '공존의 해법'이 제시됐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기술 인프라에 대해 언급하며 "조리 로봇은 인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오래 인간답게 일하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기술 인프라는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만드는 공유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리더스비전 대표는 "프랜차이즈 산업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며 "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프랜차이즈는 성공한 소상공인이 또 다른 소상공인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라며 "본사 중심이 아닌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데이터 활용을 통한 산업 신뢰 회복, 산업 시야의 글로벌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박규태 내일사장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장 수'가 아니라 '생존율'을 KPI로 삼아야 한다"며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산업 신뢰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태계가 먼저 건강해야 한다"며 "한류 IP와 결합한 글로벌 확장 전략이 향후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