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초미세 공정 적용한 2억 화소 '아이소셀 HP5' 공개
소니 독점 깨고 애플·中 제조사 향한 공급망 확대 기대
모바일 넘어 車·보안·산업용까지 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육성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으로 구현한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5'를 공개하며 반도체 부활세에 힘을 보탰다. 이번 신제품은 센서 소형화와 고감도, 저전력을 동시에 구현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한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미지센서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반도체로 육성하며,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이어 '세 번째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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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셀 HP5 [사진=삼성전자] |
◆中 플래그십 시장 공략 가속…삼성 이미지센서 존재감 확대
16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0.5마이크로미터(㎛) 초미세 픽셀 기반의 2억 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5'를 공개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반도체 소자로,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기존 제품 대비 센서 크기를 최소화하면서도 2억 화소(200MP) 초고해상도를 구현해 고감도와 저노이즈를 동시에 실현했다. 픽셀 간 간섭을 줄이는 'FDTI(Front Deep Trench Isolation)' 기술과 전하 이동 효율을 높이는 'D-VTG(Dual Vertical Transfer Gate)' 구조가 적용됐으며, 노이즈를 최대 40%까지 줄이는 'DCC(DTI Center Cut)' 설계도 새롭게 도입됐다.
또 HP5에는 조도 환경에 따라 픽셀을 병합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테트라 스퀘어픽셀(Tetra²pixel)' 기술과 노출을 다단계로 조정해 명암비를 높이는 '스마트 ISO 프로(Smart ISO Pro)'·'스태거드 HDR(Staggered HDR)' 기능이 탑재됐다. 이를 통해 밝은 환경에서는 해상도를 극대화하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감도를 높여, 저조도 촬영에서도 색감과 디테일을 유지할 수 있다.
초고화질 이미지를 2초 이내에 처리할 만큼 연산 속도도 향상됐다. 삼성은 HP5를 통해 고화질과 저전력, 소형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새 이미지센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빠르게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포(Oppo)의 플래그십 '파인드 X9 프로(Find X9 Pro)'나 리얼미(Realme) GT8 프로 신제품에 HP5가 적용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월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삼성은 샤오미 플래그십 모델에 이미지센서, OLED 디스플레이, 모바일 D램·낸드 등을 공급해왔다. 지난 2019년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공동 개발해 'Mi CC9 Pro'에 처음 탑재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비보(Vivo)의 최신 플래그십 X300·X300 프로 시리즈에도 삼성의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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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셀 HP5에 적용된 FDTI와 D-VTG 기술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
◆소니 독점 흔드는 삼성…애플 공급까지 가시권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약 15~2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소니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기준 소니가 51.6%, 삼성이 1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일시적으로 출하량 순위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고화소 센서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초고화소 제품군이 향후 자동차, 보안, 산업용 등으로 확장되면 시장 점유율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를 단순한 스마트폰 부품이 아닌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반도체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는 자체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비롯해 고화질 이미지센서를 기반으로 신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미지센서는 향후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사업으로,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보안·산업용으로 응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지센서사업부는 지난해 시스템LSI 사업부로 일원화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사업은 최근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센서 공급 수주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일부 라인을 이미지센서 전용으로 전환해, '아이폰18' 시리즈용 신형 이미지센서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애플의 카메라 센서는 사실상 소니가 독점해왔지만, 이번 계약으로 양사 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와 이미지센서로 성장 축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AI 확산으로 영상 인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미지센서가 차세대 'AI 비전 반도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