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연휴 직후 1420원 돌파...5개월래 최고
외국인, 원화 약세에도 국내증시 1조원 가까이 순매수
증권가 "AI 강세장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 더 강할 것"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에서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3600선을 돌파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1420원을 넘어서며 5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통상 원화 가치가 하락(달러/원 환율 상승)하면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달러 강세(환율 급등) 국면에선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 압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대량 매수로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원화 약세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국내 증시 추세를 꺾을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주간 종가) 대비 21.00원 오른 142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1424원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5월 2일 장중 1440원까지 오른 이후 5개월 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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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 3600선을 돌파한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39p(1.73%) 오른 3610.60에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21.0원 오른 1421.0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달러/원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10.10 yooksa@newspim.com |
추석 연휴 동안 역외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 급등 원인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선불' 요구에 따른 관세 협상 장기화가 지목된다. 또한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일본 엔화 추락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가며 환율 상승 압력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기간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정치 불안이 모두 강달러 압력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지난 8월 제시했던 1370원에서 20원 상향해 1390원으로 올렸다. 예상 환율 범위는 1350∼1440원을 제시했다.
통상 환율 급등은 증시에는 하락 요인이다. 달러 강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달러/원 환율이 1487원을 넘으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4월 9일 코스피는 장중 2284.72로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수 있지만 국내 증시의 상승 랠리 추세를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고환율 우려보다 AI 강세장이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9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 압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량 매수를 기록 중"이라며 "통상적인 원화 강세-외국인 순매수, 원화 약세'외국인 순매도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당분간 미국 증시의 AI 강세장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강세를 보일 때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가 미국의 AI투자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코스피는 AI 강세장에 연동되는 시장으로 매력도가 재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달러 수급 측면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주식시장의 새로운 악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AI 강세장이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