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N 안보리 제재 복원 뒤 하루 만에 대이란 제재 복원
이란, 인도가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통로...印, 2003년부터 차바하르항 사업 시작
"印의 대차바하르항 5197억 투자 계획, 제재 복원으로 충격 불가피"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의 이란 차바하르항 개발 및 운영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인도의 차바하르항 사업을 다시 제재하면서다.
30일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날 인도의 차바하르항 사업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8일 10년만에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미국의 제재는 즉각 발효됐다.
제재 복원에 따라 인도 국영기업 인디아 포츠 글로벌 리미티드(India Ports Global Limited) 등 차바하르항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인 인도 기업들은 45일 내에 차바하르항에서 철수해야 한다. 철수하지 않을 경우 자산 동결 및 미국 금융시스템 접속 제한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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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미니어처 뒤로 보이는 이란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는 2003년 차바하르항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다만 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2016년에야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국제 운송 및 환승 회랑 건설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해당 사업이 아프간 재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2018년 사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했다. 인도의 차바하르항 사업이 불과 100km 떨어진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개발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후 지정학적 상황이 급변했고 탈레반이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함께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차바하르항의 중요성도 약화했다.
인도에 있어 이란은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지난해 5월에는 인도가 차바하르항 개발을 위해 3억 7000만 달러(약 5197억 4000만원)를 투자하는 10년 간의 장기 계약이 양국 간에 체결됐다.
차바하르항은 이란 유일의 심해항이자 주요 항구 중 하나로, 중국이 공을 들인 파키스탄의 전략적 항구인 과다르항과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인도로서는 차바하르항을 이용하면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거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무역 화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인도는 미국이 제3국을 압박하는 데 있어 두 번째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에 대해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지난달 말부터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인도가 원유를 수입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압박하고자 인도를 관세 표적으로 삼았다.
인디아 투데이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제재 업무에 종사했던 조슈아 크레트먼은 미국의 이번 제재 복원에 따른 충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트먼은 "제재 대상인 (인도) 기업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주요 은행이나 달러화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시한 내에 철수하지 않을 경우) 그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제재 복원에 따른 영향을 확인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