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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상 교착]② "선불금" 3500억달러...출자자냐 채권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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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한미 간 무역·관세 협정의 세부안 마련이 지체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3500억달러(490조원)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한국의 한 해 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자금, 한국 외환보유고의 80%에 해당하는 외화가 투입되는 사안이라 한국으로선 각론 수립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6000억달러)과 일본(5500억달러), 한국(3500억달러)의 투자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역대 어떤 대통령도 취하지 못한 전리품으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 구현에 있어 그 효용 가치가 상당하다.

반면 약정금의 천문학적 규모 탓에 한국과 EU, 일본 모두 심사가 복잡해 향후 이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빈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EU는 회원국별 갹출액을 놓고 한 세월을 보낼 테고,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은 여차하면 재협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만의 고충은 아니다.

1. 전리품

한국과 EU, 일본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약속한 총 1조5000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선불"이라고 표현했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 혹은 거래가 유지되기 위해 먼저 치러야할 돈이다.

일상의 언어가 과장법의 연속인 트럼프의 표현 하나 하나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만, 한국 정부에 490조원(3500억달러)의 투자금을 한꺼번에 상납하라 하면 수용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라면 차일피일 미루는 지연술을 택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 막대한 자금을 국내 자동차 기업 등의 피해를 보전하는 데 쓰는 게 더 싸게 먹힐 수 있어서다. 어차피 최종 협상이 타결되면 자동차 관세 인하분은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던 시점으로 소급돼 환급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미국이 거래 유지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대미 투자 약속을 (한국 정부가) 없던 일로 하거나, 총액을 바꾸는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 한국 정부의 기본 인식도 그러할 것이다.

대신 투자금의 조달 및 운용방식(수익배분) 등을 놓고 최대한 운용의 묘와 자금 회수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싶은 게 한국의 입장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 맺은 미일 투자협정 양해각서(MOU)가 모범 답안이라며 그 준거점을 벗어나지 말라고 다그친다. 전리품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의 방해를 일절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photo@newspim.com

2. 마가의 산업정책과 전리품의 효용

미국 제조업이 황폐해진 (표면적) 이유는 더 싼 임금을 찾아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 탓이다. 그 대가로 미국은 값싼 재화를 해외로부터 얻었지만, 일자리와 공장을 잃었다.

물론 세계 경영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부(富)는 불어났지만 미국 안에서 순환하지는 못했다. 생산 기지가 나라 밖에 있다보니 이들의 투자와 고용은 나라 밖에서만 선순환 효과를 낳았다.

주지의 사실이듯 트럼프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이 구조를 인위적으로 되돌리려는 작업이다. 상호관세와 고율의 품목 관세는 해외 생산 기지를 나라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일종의 채찍질이다.

그 효과가 즉각적일 수는 없다.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이뤄지는 기업들의 투자 판단을 4년짜리 정권이 돌려 세우는 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상대국이 관세를 회피할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환율(외부절하)과 내부절하(임금 하락)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더라도, 고율관세가 책정된 나라는 무역수지가 나빠지면서 경상거래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해당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가격도 떨어져 관세 충격(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 위험)을 일부 상쇄하는 자동조절 기능을 하게 된다.

물론 고통이 따른다. 금융시장 내 외자유출 위험과 국민들의 구매력 훼손을 감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환율조정 임금 가치도 하락하는데, 달러 기반의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을 유지할 인건비 측면의 유인력이 생겨난다.

이런 식으로는 미국 안으로 공장을 불러들이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상대방이 환율로 관세 효과를 상쇄하지 못하게 압박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세의 '점진적' 리쇼어링 효과가 발현될 때까지 이를 인위적으로 추동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주도 혹은 정부 개입형 산업 정책은 백악관 관리들이 강조하는 경제 안보와도 맞물린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조치가 트럼프가 말한 "선불" 이행에 해당한다. 재정과 부채 상태가 양호하면 응당 자기 돈으로 펴야 할 정책이나, 미국의 곳간이 그러하지 못하니 전에 없던 미국 시장 입장료를 과거치까지 소급해 걷겠다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3. 출자자와 채권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사업성과 비용이다. 이 둘은 투자의 결과물인 이윤과 직결된다. 남는 장사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유망한 사업은 누가 말려도 민간이 먼저 달려든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진행하려는 '전리품(해외정부의 투자금)을 활용한 투자'는 당장의 사업성은 낮고 상대적으로 회수 위험은 높은, 그러나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는 필요한 영역이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

돈을 대는 입장에서 최우선 안전장치는 투자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란한 사업 평가서에 혹하지 않으려면 사업 검토 단계에서부터 실사를 함께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출자자(지분을 투자한 주주)로 참여할 것인지, 채권자(대출 및 지급보증)로 돈을 댈 것인지를 택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이 망하면 주주의 지분은 휴지 조각이 된다. 당장 망하지는 않더라도 자본잠식이 생기거나 완전잠식에 이를 경우 추가 출자 요구에 놓이거나 감자를 당할 위험에 처한다. 안정적으로 돈이 될 사업이고 나중에 웃돈에 넘길 수 있는 사업이라면 주주로 참여할 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채권자가 되는 게 그나마 낫다. 주주와 달리 채권자의 부채 회수권한은 사업이 망해도 변제 순위에 따라 보호받기 때문이다. 사업장과 설비를 처분해 대출금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다.

투자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출자자냐 채권자냐를 택할 수 있는 권한은 한국이 요구하는 '상설 통화 스와프' 체결의 성사 여부를 떠나 최종 합의를 위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할 핵심 부분이다.

물론 미국은 투자 의사 결정권도 투자 방식의 선택권도 주고 싶지 않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돈만 대라는 게 요지다. 그것도 대출보다는 출자 방식이어야 한다. 이러한 입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최근 설명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는 미일 투자협정 양해각서(MOU)를 예로 들면서 외국 정부가 약속한 대미 투자금을 일종의 '캐피털 콜(Capital Call)'이라고 했다.

이는 월가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사전 약정에 따라 투자 대상이 확정됐거나 집행 단계에 들어갈 때 운용사(매니저)가 출자자(LP)에게 필요 금액을 납입하라고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러트닉의 설명대로면 트럼프(미국)가 자금의 용처, 즉 투자 대상을 정하는 운용 매니저이고 한국과 일본, EU 등 해외 정부는 약정에 따라 자금 요청(call)에 응해야 하는 출자자가 된다.

일본과 EU 등이 흔쾌히 응할지는 시간을 두고 확인할 부분이다. EU는 회원국들의 대미 투자액 배분을 놓고도 한 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 가운데 한 명인 다카이치 사나에는 불공정한 조건이면 재협상도 벌여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으로선 이들 두 나라와 소통 채널을 열고서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투자 이행 단계에서는, 특정 사업에 홀로 돈을 대기보다 이들 두 나라가 참여하는 사업에 함께 돈을 대는 게 대응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osy7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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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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