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순천지원 특별법 제정 후 첫 판결 의미
[순천=뉴스핌] 권차열 기자 = 여순사건 당시 구례 지역에서 희생된 주민들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내려진 첫 집단소송 판결로 주목된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는 22일 구례 희생자 26명의 유족이 제기한 약 41억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희생자 23명의 유족에게 33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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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변론을 맡았던 서동용 변호사[사진=서동용 변호사] 2025.09.22 chadol999@newspim.com |
이날 서동용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소송 대상인 희생자 26명 가운데 25명이 당시 국가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1명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군인이나 경찰로 입증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
또한 일부 희생자 유족은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진상규명결정 통지서'를 직접 수령한 바 있어 현행법이 정한 '통지서 수령 후 3년 이내 제기'라는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기존과 달리 결정 통지서를 '직접 받은 유족'에게만 소멸시효를 적용하고 직접 받은 적 없는 유족에게는 배상 자격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법리 해석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향후 유사 재판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청구가 기각된 희생자 유족들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가해자 신분 인정 여부를 다시 다투는 한편,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 위반을 핵심 쟁점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유족 측은 여순사건특별법 제정 자체를 국가의 '채무 승인' 또는 '소멸시효 포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유족들은 소송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가 항소하지 않도록 지휘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 장관 역시 "국가 불법행위 피해 소송에서 권리구제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며 상소 자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 결과는 같은 사건으로 현재 재판 중인 여수, 순천, 광양, 고흥 지역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용 변호사는 "국가폭력 사건에서 항소와 상고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관행의 부당성을 사회가 함께 지적해 달라"며 "77년간 통한의 세월을 보낸 고령의 유족들이 이제라도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dol9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