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발생 보름 만에 인지, 뒤바뀌는 해명에 소비자 불신 증폭
재발급 안내 기준도 모호, 피해 규모 초기 추정보다 확대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롯데카드의 해킹 피해 규모가 최대 수백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고 수습 과정에서조차 엇갈린 설명과 불명확한 재발급 안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달 14~15일 발생한 해킹 사실을 보름이 지나서야 파악했다. 이후 일부 가입자에게 '재발급을 권고한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지만 대상 카드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한 가입자는 "발표된 해킹 발생 기간에 결제 이력이 없는 카드가 교체 대상에 포함된 반면 매일 수차례 이용하는 주력 카드는 안내에서 제외됐다"며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가입자는 3종류의 롯데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 안내 기준 뒤바뀐 해명
롯데카드가 가입자에게 보낸 '재발급 신청 안내' 문자에는 구체적인 사유 설명 없이 "현재까지 고객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잠재적 위험 예방 차원에서 재발급이 가장 안전하다"는 취지만 담겼다. 그러나 이후 고객센터와 회사 측의 공식 해명이 계속 엇갈리면서 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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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롯데카드가 카드 가입자에게 보낸 '롯데카드 재발급 신청 안내' 문자 [사진=이윤애 기자] 2025.09.17 yunyun@newspim.com |
롯데카드는 해킹 발생 초기, 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는 기간을 지난달 14~15일로 한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재발급 대상 카드 선정 기간을 "지난달 중순부터 말일까지"라고 설명해 공식 발표보다 훨씬 넓혔다. 또 대상 카드 선정과 관련해서도 "전체 카드 중 대표카드 1개만 안내가 나갔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롯데카드 측에 취재를 하자 "가입자 기준, 즉 '사람 단위'로 '대표카드'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조금 뒤 "사람이 아닌 '카드 단위'이며 특정 온라인 결제 서버를 이용한 '특정 카드'만 해당된다"고 정정했다. 고객센터와 롯데카드 측의 설명이 달랐다.
결국 '회원 단위'인지, '카드 단위인지'조차 명확하지 않고 오락가락한 설명 속에 피해 고객의 혼란과 불신을 키운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왜 내가 안내를 받았는지, 특정 카드의 결제 정보만 노출된 것인지, 가입자 전체 개인정보가 침해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롯데카드의 "현재까지 고객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안내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 불신 심화...신뢰 위기 직면한 롯데카드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해킹에 따른 내부파일 유출은 8월 14~15일 이틀간 발생했다. 14일과 15일 각 1차례씩 2회, 온라인 결제 서버 해킹을 통해 내부파일이 외부로 반출됐고 16일에는 반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현재는 해킹 우려 기간이 '8월 중순~말'로 크게 늘었다.
또한 롯데카드가 당초 금감원에 보고한 유출 데이터는 약 1.7기가바이트(GB)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방대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킹 사고 피해 기간 및 규모가 초기 추정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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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회원 960만명을 보유한 롯데카드의 해킹 피해 규모가 애초 추정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의 모습. 2025.09.03 yooksa@newspim.com |
롯데카드는 최근까지 "고객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피해 내용이 눈덩이 처럼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객들에게 관련 설명이 번복되는 과정은 오히려 '회사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피해 사실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롯데카드는 오는 18일 해킹 사고 관련 대고객 사과 및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롯데카드는 "18일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대표이사 대고객 사과 및 사고 경위, 고객 보호 조치 등 내용으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