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사업 부진' 포스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 해운업 진출 검토
산은 보유 지분 '부분 매각' 시나리오 유력...경영주도권 등 과제 많아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포스코가 입장을 바꿔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에 나섰지만, 해결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주력인 철강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몸값이 20조원대에 달하는 HMM 인수 여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철광석과 석탄 등 초대형 화주(貨主)인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따른 기존 해운사와의 이해 충돌 문제와 제도적 규제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해운법 24조 7항에 따르면 특정 대량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아울러 실제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날지도 변수다. 철광석과 석탄 등 포스코의 주력 화물은 대부분 벌크선 운송이어서 컨테이너가 주력인 HMM과 직접 겹치는 부분이 크지 않다. 철강제품 수출을 컨테이너로 하지만 벌크선박으로도 가능하다.
◆ '주력 사업 부진' 포스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 해운업 진출 검토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당초 입장과 달리 HMM 인수 검토에 들어간 것은 인수할 경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그 동안 HMM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인수 의향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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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
그러나 최근 본업인 철강업과 이차전지 모두 장기 부진에 빠지자 신사업 발굴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해운업 진출도 검토하게 된 것이란 설명이다. 포스코 측은 "HMM 인수 검토는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으며, 향후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HMM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현재 HMM이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는 12일 마무리되면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포스코그룹은 산은 보유 지분(7조원 규모)을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현금성 자산이 7조원 수준으로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인수 금액은 7조원 이상으로 대규모 차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인수 비용 등 부담을 고려해 해진공과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 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지만 재무 리스크와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포스코 그룹이 HMM 인수를 한다면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일부 사업부만을 인수하는 등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다"며 "HMM의 매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 그룹은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산은 보유 지분 '부분 매각' 시나리오 유력...경영주도권 등 과제 많아
산업은행과 정부는 HMM의 경영 정상화 직후인 지난 2023년부터 HMM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에 2023년 말 하림그룹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 이후 경영 주도권 및 투자자금 회수 방안 등을 놓고 이견이 발생하며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시장에서는 70%가 넘는 지분의 통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산업은행 보유 지분(36%) 만이라도 우선 매각하는 '부분 매각'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해운업계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우려해 'HMM 인수설'에 펄쩍 뛰던 포스코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것이 다소 의외"라며 "인수 자금 조달과 산업은행과의 협상,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