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에 대한 경계론이 확산하는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AI가 위협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AI와 사랑에 빠진 나라(The Country That's Madly in Love With AI)"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회 전반에 형성된 강한 기술 낙관주의를 조명했다.
매체는 서울의 한 베이커리를 소개하며, 생성형 AI로 만든 가상 모델을 디저트 광고에 활용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렸음에도 거부감보다 호기심과 긍정적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AI 활용 사실을 묻는 현장 투표에서는 "흥미롭고 멋지다"는 평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가 2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은 AI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비율이 16%로 가장 낮았다. 같은 질문에 미국은 50%, 호주는 49%로 나타나 서구권과 뚜렷한 인식 차를 보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약 70%가 AI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절반 이상이 이미 업무에서 AI를 활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국내 직장인의 AI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기술 도입은 '선택' 아닌 생존 전략
매체는 한국 특유의 역사적 경험이 AI 수용성을 높인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전쟁 이후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첨단 제조업을 통해 성장한 경험이 사회 전반에 "기술 도입은 곧 생존"이라는 인식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AI가 막연한 위협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적응해야 할 산업 변화'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일종의 'FOMO(소외 공포)'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역시 AI 친화적 태도를 강화하는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됐다.
출산율 급락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이 노동력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인데, 매체는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AI 기반 로봇 자동화—도입 논의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 규제보다 육성…그래도 남아 있는 일자리 불안
정책 접근에서도 한국과 서구는 차이를 보인다.
유럽이 AI 규제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한국은 산업 경쟁력 확보와 혁신 생태계 구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에서도 AI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가 공장에 AI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이어진 사례도 소개됐다. 기술 낙관론 속에서도 고용 불안이라는 현실적 긴장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매체는 한국 사회 전반의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기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온 집단적 경험이 AI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매체는 "한국에서는 AI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된다"며 "고령화와 성장 압박을 겪는 다른 국가들도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