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두나무 협력해 글로벌 결제·정산 진출 모색
카카오, 그룹사 총동원 TF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 노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금융위·한은 감독 권한 조율이 변수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서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페이팔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하고, 스트라이프(Stripe)가 온라인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활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두나무와의 협력, 그룹 차원의 TF 운영 등의 준비 작업에 착수하며 제도화 이후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 |
◆ 네이버, 두나무 협력으로 결제·정산 혁신 노린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와 제휴를 맺고 있다. 현재는 합작사 설립 단계는 아니지만, 공동 발행·유통 구조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3,100만 명에 이르는 'Npay' 사용자와 대규모 가맹점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제도화 이후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확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두나무와의 협력은 네이버페이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가상자산 유통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네이버페이가 방대한 온·오프라인 결제 인프라와 사용자 기반을 제공하고,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과 거래를 담당하면, 발행과 유통, 결제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해 양사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USDC 모델처럼 유사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 [사진=네이버페이] |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웹3 기술로 사용자들의 금융 리터러시가 높아지고 있고, 국경을 초월한 금융거래 비용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 사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나들며 사용자를 '연결'하는 미래 디지털 금융의 핵심 매개체가 될 것이며, Npay는 이미 국내 최대 간편결제 생태계와 웹3 기반의 디지털 자산 지갑인 'Npay 월렛'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안정적인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갖춘 플랫폼으로서, 정책 도입에 빠르게 발맞춰 업계 컨소시엄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포인트 전환·연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스테이블코인과 교환하거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 시 포인트 적립·연계를 적용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특허청에 'NKRW', 'KRWZ', 'NWON'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출원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 통과 시점에 맞춰 내부 시범 사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웹툰·커머스 등 해외 사업 플랫폼과 연계해 국경 간 송금·결제에 적용하고, 오프라인 단말기 '네이버페이 커넥트'를 통해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네이버페이는 아직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구조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 카카오, 그룹 TF 구성해 발행·유통·수탁까지 자체 체계 마련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TF를 출범시켰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아 정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무진이 참여하는 실행팀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가 TF를 통해 코인 사업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룹의 금융 인프라를 총동원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뱅크(은행업), 카카오증권(증권업)을 통해 발행부터 운영, 결제, 보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규모 사용자 확산 효과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외 동향을 점검하고 전략 방향성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 |
사진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상표권 확보도 활발하다. 카카오페이는 PKRW·KKRW 등 6개 명칭으로 18건, 카카오뱅크는 BKRW·KRWB 등 4개 명칭으로 12건을 출원했다. 이를 통해 발행(카카오페이), 지갑·유통(카카오페이·카카오톡), 수탁·환매(카카오뱅크)까지 그룹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카카오는 기술적 기반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발행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네이버 라인과 합쳐진 '카이아' 거버넌스에 참여 중이다. 카이아 네트워크는 최근 테더(USDT)를 유치하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운용 사례를 확보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블록체인에 발행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체인과 연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증권 등 계열사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게임 아이템 결제, 증권형 토큰(STO) 거래 등 다양한 경제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통합 통화로 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네카오 경쟁 구도 속 국회·당국, 법안 차이와 감독 권한 조율이 핵심 변수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도화 이후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두나무와 협력해 결제망과 거래 인프라를 연결하는 '연합형 모델'을, 카카오는 그룹 계열사 역량을 묶어 내부 인프라 중심의 '풀스택 모델'을 추진 중이다. 법안 통과 이후 누가 먼저 실사용 서비스를 내놓을지가 양사의 경쟁 구도가 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공통적으로 발행 자격, 준비자산, 상환 의무, 공시·감사 체계 등을 규정하지만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디지털자산기본법 일부)은 자기자본 5억 원 이상을 갖춘 전자금융업자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해 비교적 완화된 조건을 담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스테이블코인 특별법)은 발행 주체를 금융회사와 상장사로 한정하고, 발행액 전액을 현금·예금·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명시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담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안(스테이블코인 특별법)은 상환 기한을 10일 이내로 설정하고 준비자산 구성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연한 내용을 담고 있다.
![]() |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입법 과제로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민간 발행 화폐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이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행 주체와 감독 권한을 둘러싼 조율이 제도화 과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편, 삼정 KPMG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통화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통화주권, 금융안정성,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없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환율 정책 효과가 약화되고 자본 유출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불법송금·자금세탁 위험까지 확대돼 통화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