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포함 첨단 공정 내년부터 5~10% 인상 추진
빅테크 HBM 단가 압박 우려 속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져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가 시장 점유율 70%를 돌파한 데 이어 첨단 공정 가격 인상까지 예고했다. 문제는 이 부담이 단순히 칩 생산비 상승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애플 등 빅테크가 원가 절감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격차 확대와 메모리 가격 협상력 약화라는 '이중 압박'이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TSMC 가격 인상, 빅테크는 수용 기류
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게 내년부터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가격을 5~1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 3나노 웨이퍼 가격은 장당 약 2만 달러(약 2700만 원)인데, 2나노는 이보다 최소 50% 비싼 3만 달러(약 4200만 원) 이상에서 시작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상분이 더해지면 실제 가격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TSMC의 가격 인상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운영을 비롯한 해외 투자 부담과 인건비·관세 상승 등 누적된 비용에 따른 수익성 방어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들이 TSMC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가격 인상에 반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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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
◆ 삼성, HBM 단가 협상력 흔들릴 우려
문제는 TSMC의 가격 인상이 빅테크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등은 인공지능(AI) 칩을 설계한 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공급받아 TSMC 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만든다. 이때 파운드리 가격이 오르면 전체 칩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메모리 단가 인하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파운드리 가격을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메모리 부품을 중심으로 원가 절감 요구가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HBM 단가 압박 가능성이 커지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점유율은 70.2%로 사상 처음 70%대를 돌파했지만 삼성전자는 7.3%에 그쳤다. 양사간 격차는 62.9%포인트(p)로, 2019년 30%p 남짓이던 격차가 불과 6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 셈이다.
◆ 반전 카드, 2나노 공정과 신규 수주
삼성전자는 이런 압박 속에서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약 22조 원 규모의 테슬라 AI칩 공급 계약을 따내며 파운드리 수주 성과를 확보했고,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애플용 이미지센서(CIS) 생산도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계획돼 있어 수주 확대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최선단 공정을 이미 최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일부 고객사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에 기회를 줄 수 있다"며 "삼성이 2나노 수율 안정화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격차를 줄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