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히고, 중국도 견제
화웨이 변수에 美-中 갈등 격화
공급망 불안, 주가도 압박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공략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대만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 데이터센터용 후속 제품을 내놓는 문제를 두고 미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중국 전용 AI 칩 출시 여부는 우리의 결정이 아닌 미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신형 칩 'B30A'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중국 판매가 허용된 유일한 제품 H20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첨단 반도체가 중국 군사력 강화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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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벅그통신] |
◆ 규제에 막히고, 중국도 견제
엔비디아는 미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H20이라는 '중국 전용 저성능 칩'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올해 초 수출이 제한됐다. 지난 7월 다시 허용됐지만 중국 내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이 붙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당국은 최근 엔비디아 칩의 보안 취약성을 문제 삼으며 경계 수위를 높였다. 엔비디아는 "킬 스위치(kill switch)나 백도어(backdoor)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현지 언론과 규제 당국은 여전히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다.
◆ 화웨이 변수에 美-中 갈등 격화
황 CEO는 "엔비디아 칩 수출이 막히면 화웨이가 중국 AI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며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H20의 수출 재개를 허용하며 "중국에 최고 기술은 물론 2·3선 기술조차 제공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중국 측에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져,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 H20 구매 자제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여기에 테크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최근 일부 부품 공급업체에 H20 생산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수출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 넘게 하락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