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삼성과 엠코테놀러지 등 부품 협력사에 중국 판매용 저사양 AI칩(H20)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현지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H20을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부품 협력사에 대한 엔비디아의 이번 요구는 실제 중국내 H20 수요가 당국의 방침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에 H20을 사용하지 말 것을 독려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특히 국영 기업 또는 정부 및 국가 안보 업무에 관련된 기업에게는 H20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 "중국,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사용말라 촉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H20의 중국 수출을 금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엔비디아가 H20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재개를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베이징 당국에 의해 엔비디아의 중국 판로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H20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 배경에는 위치 추적 기능 탑재에 따른 보안상의 위험, 그리고 미국 AI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자국내 반도체 산업을 장려하려는 의도 등이 깔려 있다.
☞ "美 당국, 수출 AI 칩에 위치 추적기 설치…중국 밀반입 차단 목적"
여기에다 미국 관리의 모욕적 발언 때문에 중국 지도부의 마음이 상한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지난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CNBC에 출연, "우리는 그들에게 최고 사양이나 차선, 심지어 세번째 사양의 제품도 팔지 않는다"면서 "(그저)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기술에 중독될 정도의 제품을 팔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의 이 발언은 가뜩이나 H20칩의 보안 문제로 신경이 곤두셨던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신문은 짚었다.
중국 토종 AI 기업들도 당국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21일 본토의 AI 기업 딥시크(DeepSeek)는 엔비디아가 아닌 중국산 칩에 최적화한 대형 언어 모델(LLM)을 내놓았다.
☞ 딥시크, 엔비디아 아닌 화웨이 칩 최적화 언어모델 발표
딥시크는범용 대형 언어 모델인 V3.1을 발표하면서 "곧 출시될 중국산 차세대 칩에서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언급한 중국산 차세대 칩이 화웨이의 어센드(성텅, 昇騰) 910C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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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벅그통신]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