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합의로 대미 수출 부담 완화
반도체·바이오까지 수혜 확산 전망
"초기 반등 이후 변동성은 경계해야"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한미 간 관세협상에서 한국산 수입품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안도감 속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을 중심으로 반도체, 바이오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주요 수혜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관세 합의는 한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서 무역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관세 리스크로 주가가 눌려 있던 수출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단기 반등 모멘텀이 작동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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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고, 미국은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주요 수혜 업종으로는 조선업이 꼽힌다. 이번 합의에서 대미 투자 분야 핵심 산업으로 명시되며 향후 미국 해양플랜트, LNG선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직접적인 수혜주로 거론된다. 실제로 장 개시 직후인 오전 9시 10분 기준 조선 업종은 1.77% 상승하며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전일 대비 6.26% 급등한 10만5200원까지 주가가 뛰었고, HD현대중공업도 1.27% 상승세다.
자동차 업종도 큰 우려를 덜게 됐다. 현대차, 기아는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각각 54.3%, 37.5% 수준으로, 기존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컸다. 이번 합의로 판매단가 부담이 완화되며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만도 등도 긍정적 연쇄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바이오 대형주 역시 투자심리 개선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데이터센터·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세 완화로 대미 공급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CDMO 기업을 포함한 바이오 업종 역시 미국·유럽 경쟁사와 관세 부담에서 동등한 조건을 갖추어, 불리함 없이 글로벌 경쟁력 유지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철강·구리 등 일부 소재 산업은 이번 합의에서 변화가 없어 관세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수출 민감 업종 중심의 단기 반등을 활용하되, 합의 이행과 세부 조건 발표를 확인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본·EU와 같은 15%로 매겨졌기 때문에 충분히 안도감을 줄 만한 조치"라며 "관세 노이즈로 눌려있던 시장 심리가 회복될 여지가 크며, 특히 자동차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에서 조선업이 대미 투자 주인공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된 만큼 중장기적인 순풍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바이오 대형주까지도 시장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대표적으로 조선, 반도체, 제약바이오 등 수출주가 관세 리스크 완화로 단기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안도감에 의한 추가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일본 사례에서도 보듯 초반 반등 후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