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내용은 명함 한 장 수준…나머지 다 추론해야"
무역 전쟁 등 '최악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데 포커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무역 합의들이 상당한 허점을 안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무역 합의들은 초기 내용이 불분명하고, 상세 내용은 며칠이 지나야 채워지며 때때로 협상 상대국의 주장과도 충돌하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런 반복되는 패턴을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 일본, 베트남 등과의 합의가 시장에 전달한 신호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안정성 증가라는 긍정적인 방향이다.
심지어 모호한 합의 내용조차도, 협상의 오르내림이나 과거에 거론됐던 더 나쁜 시나리오보다는 낫다고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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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 옆에 서 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분명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급 규모"라며 언론에서 자랑한 주요국과의 합의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내용이 불명확한데, 이런 패턴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이번 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합의에서 20% 관세율을 발표했으나,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측은 이 수치에 당혹감을 느꼈고 더 낮은 관세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과의 합의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새로운 일본-미국 투자기구"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양국은 해당 내용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발표해 구체성은 부족한 상태다.
유럽과의 합의에도 혼선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의 새로운 관세율이 특정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예를 들어 "제약은 이 합의와 무관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강, 알루미늄(기존 50% 관세 적용 중)과 예정된 구리 관세는 이번 합의에서 제외되었지만, 제약과 반도체는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전체 15%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밝혔고, 뒤이어 백악관도 이를 확인하는 '합의 설명자료'를 공개하며 자동차 및 부품, 의약품, 반도체에 15%가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유럽과의 추가 협상도 계속 진행 중이며, 양측 협상단은 여전히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구 마련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중국과도 90일 관세 휴전을 연장하는데 잠정 합의한 데 그쳤고, 한국이나 인도 등 다른 주요국과의 협상은 여전히 미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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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황소상 [사진=블룸버그] |
◆ "최악은 모면"이 굿뉴스?
시장은 이렇듯 모호한 발표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무역 전쟁 심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시버트 파이낸셜 최고 투자책임자(CIO) 마크 말렉은 "이 복잡한 협정에 대해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은 거의 명함 한 장에 들어갈 수준이고, 결국 우리(시장)가 모든 걸 추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럼에도 시장이 안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면 중이란 신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시장은 만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는 시장 반응이 잠잠하자 "알려진 정보는 불분명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에서는 낙관적인 결과"라면서 특히 섹터별 관세가 15%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마커스는 이어 "이제 시장은 예전처럼 '긴장 고조 후 협상 타결' 구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 고조 후 소폭 완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게아 폴리시 설립자 테리 헤인스는 "시장 입장에서는 합의가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세부 내용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세에 따른 시장 여파도 점차 드러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관세가 실제로 발효된다면, 소비자들이 직면할 평균 실질 관세율은 18.2%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93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