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정부가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선순환'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일본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계심도 드러냈다.
29일 일본 내각부는 2025년도 경제재정보고(경제재정백서)를 발표하고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는 흐름이 정착되는 가운데 경제가 회복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이날 각의(국무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백서는 2023년 수입물가 상승분이 판매가격에 전가되면서 40년 만에 물가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 2025년 춘계노사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이 33년 만에 가장 높았던 2024년을 웃돌았다는 점을 들며 "임금도 물가도 정체됐던 얼어붙은 25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인건비 비중이 큰 서비스 분야에서 물가 상승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특징으로 강조했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에 육박하며, 기업의 가격 책정과 임금 결정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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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일본 직장인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국 관세 정책, 새로운 위험 요인
백서는 2020년 5월을 저점으로 시작된 회복세가 5년 이상 이어져 전후 세 번째로 긴 경기 확장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통상 문제는 직·간접 경로를 통해 일본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 감소가 파급될 경우 철강, 운송, 우편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통계에서 큰 충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업 수익에는 서서히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백서는 "이러한 대외 리스크를 이겨낼 수 있는지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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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소비 회복은 아직 더딘 걸음
일본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여전히 힘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가처분소득이 늘고 금융자산이 증가하는 추세에도 소비 회복은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백서는 ▲가계가 임금 인상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각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1인 가구의 저축 성향 강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장래에 대한 불안이 소비를 억누르는 요인이라고 분석됐다.
내각부는 "안정적인 물가 상승과 이를 웃도는 임금 인상 흐름이 지속돼야 하며, 노후 불안을 줄이는 사회보장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