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직격탄 맞은 중저가 아파트 시장…강남은 '신고가'
억눌린 대기 수요 '호시탐탐'…전월세 시장 부작용 우려도
공공·민간 균형 잡힌 공급 대책 요구…"현실 공급안 제시 필요"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것을 골자로 하는 '6.27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단기적으로 강력한 냉각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현금 여력이 충분한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진행되면서, 이번 대책이 구매 수요를 억누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균형 잡힌 공급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대출 규제 직격탄 맞은 중저가 아파트 시장…강남은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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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윤창빈 기자] |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데이터에 따르면, 6.27 대책 시행 후인 7월 한 달간 신고된 거래 건수는 1941건(7월 24일 기준)으로,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 1만1665건(6월 24일 기준)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월말까지 신고 기간이 남았음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 만에 80%의 거래량이 증발한 것이다.
가격 상승세 또한 냉각 기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값 동향(7월 21일 기준)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올라 전주(0.19%) 대비 0.03%p 줄었다. 이는 6.27 대책 발표 직전 주 0.43%에 달했던 상승률이 연속적으로 둔화된 결과다.
특히 마포구와 성동구 등 조정대상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았던 곳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포구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6.27 대책 이전 0.99%에서 7월 셋째 주 0.11%까지 떨어지며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성동구 역시 같은 기간 0.99%에서 0.37%로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이들 지역의 거래 수요 감소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대표되는 과도한 레버리지 기반의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려는 정책 목표가 일정 부분 달성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급격한 냉각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근본적인 주거 선호도는 여전히 높아 잠재 수요는 탄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성동구는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월 둘째 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0.45%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옥수동, 행당동 등의 주요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강남 핵심지 역시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여전한 투자 수요를 입증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신현대 11차 전용 171.43㎡는 지난 16일 9억8000만원이 오른 100억원에 손바뀜 됐으며, 같은 단지 전용 108.31㎡ 역시 17억2000만원이 오른 69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전주(7월 둘째 주 0.36%)보다 0.43%로 오름폭을 확대한 송파구 역시 헬리오시티 전용 130.06㎡가 36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이번 대책의 여파에서는 비껴간 모양새다.
◆ 억눌린 대기 수요 '호시탐탐'…전월세 시장 부작용 우려도
이같은 결과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중산층의 수요를 강제적으로 억누르면서 단기적 가격 안정화는 성공했으나, 부동산 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시장 참여가 봉쇄된 잠재 매수자들은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정책 변화나 가격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수요를 억누른 것이지 소멸시킨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는 '대기 수요'로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6.27 대책은 과도한 대출 수요를 일시적으로 묶어놓은 것일 뿐, 수요를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라며 "억눌린 수요가 언젠가 다시 분출될 수 있는 불안 요소"라고 평가했다.
부작용에 대한 진단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집을 못 사게 되니 전세 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오르고, 이는 다시 월세 수요를 자극해 월세 가격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달 서울시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601건으로 지난달 1만1843건에 비해 45%가량 급감했다. 추가 대출이 막히고 세금 부담은 늘어난 상황에서, 전세를 놓기보다는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관측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구매에 실패한 잠재적 매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임대차 시장에 잔류하게 되면서 전세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달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 공공·민간 균형 잡힌 공급 대책 요구…"현실 공급안 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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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급 대책에 대한 요구가 나오지만, 현 정부에서 거론되는 공공 주도 대책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공공 주도의 주택은 필연적으로 주택의 질보다는 양과 가격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공 주도 공급만으로는 질을 중시하는 부동산 수요를 다 끌어안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해결책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민간 택지 개발을 통한 택지 공급을 제시했다. 윤 위원 역시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모두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중론도 제시된다. 과거 정부부터 반복되던 공급 계획이 번번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먹히지 않는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정부에서 제시된 비현실적인 공급 목표를 되풀이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재조정하고 시장의 불필요한 기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거창한 공급 정책 발표는 오히려 시장의 관심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지금은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조용히 실현 가능한 물량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