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실적 반등 신호탄… DL이앤씨·현대건설 주도
주택 부진한 대우건설·비화공 부문 악화된 삼성E&A는 영업익 하락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상장 건설사들이 실적 반등을 예고하며 2분기부터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고수익 현장 착공과 정비사업의 활발한 수주 등으로 악화됐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원가율이 높거나 수주가 둔화됐던 일부 기업은 하반기를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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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건설사 2분기 실적 전망.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DL이앤씨, 영업이익 깜짝 '점프'… 현대건설도 호실적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10대 상장 건설사의 올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기업별 온도차가 나타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은 7조7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7.3% 증가한 2170억원을 기록했다. 공사비 급등기에 착공한 현장이 순차적으로 준공되고 수익성이 확보된 주요 공정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울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와 주택 사업 부문의 '힐스테이트 더 운정',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의 실적 견인과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PKG)4,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주요 현장의 공정 안정화로 연간 매출 목표(30조4000억원)의 49.9%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하반기 이익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태환 대신건설 연구원은 "올 2월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고속도로 교량 사고 수습 비용도 예정돼 있어 연초 제시한 영업이익 가이던스(1조2000억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증가 폭이 가장 큰 회사는 DL이앤씨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DL이앤씨의 2분기 연결 기준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조9137억원이다. 영업이익(1078억원)은 230.9%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착공한 9100가구 규모 물량의 공정률이 높아지며 외형 확대에 기여했고, 플랜트 부문에선 샤힌 프로젝트 등 3개 현장의 매출 기여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 영업이익은 저수익 현장 준공과 주택 원가율 개선 효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계획 대비 원활한 착공 성과로 반등 기반을 빠르게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플랜트 수주 잔고가 바닥으로 보이고 있는 점은 극복 과제로 꼽힌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택 마진 추정치가 이미 높은 상태라 내년 추가 개선 여력이 불투명한 가운데, 플랜트 주요 현장의 준공으로 2027년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영업이익 증대가 기대된다. 2분기 연결기준 실적 기대치는 매출 3조2470억원, 영업이익 10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0% 늘었다. 2020년 인수한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 청산 결정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손실이 반영될 수 있지만 '메이플자이'(788억원)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520억원) 등 주택건설 현장에서 도급 증액이 이뤄지며 영업이익 성장에 한몫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부동산원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인 메이플자이 공사비 증액분 1834억원과 해외 현장 중 카타르 메트로 현장 분쟁조정에 따른 환입액 약 500억원, 실행원가율이 100%인 플랜트 현장의 본예산 편성 등 변수 현실화 여부에 따라 실적 서프라이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연결 기준 매출 예상액은 1조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538억원에서 897억원으로 66.7% 증가했다. 자체 주택사업의 수익 인식률이 높았다. '서울원 아이파크'를 필두로 '청주가경 아이파크 7·8단지(8300억원)와 '천안 부성3구역 재개발'(5000억원) 등이 올해 착공하면 수익 증대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주 주택의 마진 회복과 신규 프로젝트, 내년부터 시작될 부동산 업황 회복을 더했을 때 중장기로 우상향인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주택 수주 시들했던 대우건설… 하반기 반등하나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줄어들 전망이다. 사우디 메트로, UAE(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복합발전 등 프로젝트가 준공된 영향이다. 상반기 신규 착공 현장도 비교적 적었다.
향후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확대가 가시화되면 실적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루마니아 SMR 사업의 경우 올해 말까지 기본설계(FEED) 중으로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연계 수주도 기대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스웨덴과 에스토니아 개발사 등과 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참여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 선점을 추진하고 있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우건설의 예상 영업이익은 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주택 부문에서 대형 현장 준공이 부재한 영향이다. 상반기 분양물량은 6415가구로 연간 주택 공급 계획 대비 36.6%에 그쳤고, 신규 수주(3조8000억원)으로 연간 예상치(14조2000억원)의 26.8% 수준에 머물렀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 본계약이 하반기 중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라크 해군기지(1조8000억원), 공군기지(1조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 발주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어 상반기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E&A 영업이익 컨센서스(1633억원)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고개를 든다. 비화공 부문의 수주가 줄어든 데다 해외 화공 사업에서도 역성장이 관찰돼서다. 그룹사인 삼성전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립 등 비화공 부문의 회복 시점과 주요 매출 발생 부문인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의 수익 인식이 중요한 상황이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P4, PH2와 PH4 현장에 대한 투자 이야기가 나오는 등 외형 공사에 총 7조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지난해와 올 1분기 각각 수주한 라스라판 에틸렌 스토리지 플랜트(3000억원), UAE 타지즈 메탄올 플랜트(2조5000억원) 등의 사업 매출화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을 가른 기준점은 1분기와 마찬가지로 원가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의 원가율은 93.5%로 전년 동기(94.9%) 대비 1.4%포인트(p) 감소했다. DL이앤씨의 경우 주택사업 원가율이 80%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대우건설과 삼성E&A 등은 원가 비중이 높은 현장이 잇따라 준공한 것은 물론 자재비도 오름세를 보이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공사비나 인건비 등 투입한 비용이 많아 건설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든다는 의미다. 통상 건설업계의 적정 원가율은 80%대로 판단한다. 이보다 높은 경우 사업에 투입할 수익이 모자라 차입금이 증가하고,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율이 높아지면 주택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등 건설사의 전반적인 영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