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못 박았다.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남북의 평화·공존이 우리 안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강조한 것이 신호탄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대화 복원을 '안보 전략'의 중심축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끊긴 지 2년 3개월, 북한이 우리 정부를 '적대적 국가'로 공식 규정한 지 2년 7개월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남북 간 대화 복원을 언급하고, 대북 확성기 중단 등 긴장 완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출발점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남북 대화 복원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남북관계 단절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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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회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0 photo@newspim.com |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안보에 중요"
이재명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은 '실용적 안보'와 '예방적 외교'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NSC에서 "안보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단절된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앞서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전면 단절'을 비현실적 대응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을 계기로도 "중단된 대화채널을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히며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는 등 선제 조치를 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위기관리를 복원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라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 상호불가침 조약, 남북기본조약(가칭) 체결 등 중·장기적 제도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尹정부 '힘에 의한 평화' 기조와 대비
이재명 정부가 꺼내든 대화 복원 드라이브는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 기조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한미 연합훈련 확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 결과, 2023년 4월 북한은 남북 직통 군 통신선을 포함한 모든 연락망을 차단했고, 같은 해 12월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 정책 자체를 공식 폐기했다. 실질적으로 남북 간 대화는 전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경제 지원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일축하고 도발 수위를 높였다. 당시 대통령실은 남북 간 긴장 고조가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질적인 대화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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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남측으로 표류했다 장기 체류해온 북한 주민 6명이 9일 오전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으로 귀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2025.07.09 yjlee@newspim.com |
◆文정부 성과·한계는..."큰 정치 결단 필요"
이재명 정부의 남북구상은 문재인 정부 시기의 경험을 교훈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3차례,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진전시켰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급격히 경색됐다.
특히 2020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그리고 이후의 무응답 기조는 남북관계의 '롤러코스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국가보안법 개정, 5·24 조치 해제 등 법·제도 정비에는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겠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화는 전제조건 없이 열려 있어야 하며, 단절된 상황에서 관계를 복원하려면 더 큰 정치적 결단과 안정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직 무응답...'작은 신호'라도 주목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현재까지 북한은 이 대통령의 유화 조치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3년 말 이후 북한은 남북 대화를 거부하며, 대남 기조를 사실상 '2국 체제'에 맞춘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긴장 완화 조치를 이어가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리스크를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겠다"며, 남북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화채널 복원이 실현되기 위해선 북한의 전략적 선택, 남측의 지속적인 제안,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보조적 역할이 필요하다. 비핵화와 군비통제, 상호안보 보장까지를 포괄하는 중장기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남북 간 첫 통신 복원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우발적 충돌 방지, 상황 관리, 위기관리는 단절 상태에서도 가능한 영역"이라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현재로선 북측이 반응하는 작은 신호라도 포착된다면, 통신망 복구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