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구인 건수, 예상 상회하며 6개월래 최고
트럼프 세금·지출 법안, 상원 통과…국채 공급 부담 우려
달러화 낙폭 줄여…연준 인하 지연 전망 반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1일(현지 시각) 일제히 상승했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세금 감면·재정지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5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구인 건수는 776만9000건으로 전달보다 37만4000건 늘며 시장 예상(73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견조한 고용지표는 연준의 통화 완화 신중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JOLTS 보고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도 연결된다. 그는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더 파악한 후에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중앙은행의 계획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상당히 양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7월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에는 이른 시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결정은 경제 지표에 달려 있다"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그의 발언 직후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으나, 곧 이어 나온 JOLTS 보고서에 다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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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14 mj72284@newspim.com |
리암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고정 수익 선임 애널리스트 안토니나 타라시오크는 "경기 지표는 견고하고 JOLTS 데이터도 탄탄하다"며 "이런 견고한 데이터를 가지고 향후 영향을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입장에서 연준은 손이 약간 묶여 있다. 그러나 몇 달 안에 명확한 상황이 나올 것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전에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5.3bp(1bp=0.01%포인트) 오른 3.774%를 기록했고, 10년물은 2.7bp 오른 4.249%까지 상승했다. 30년물은 4.778%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JOLTS 데이터 이후 미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기존 18.8%에서 21.2%로 소폭 상향됐고, 9월 인하 가능성은 92%로 여전히 높게 유지됐다.
같은 날 발표된 다른 경제 지표는 JOLTS 보고서와는 약간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지수는 6월에 49로, 5월의 6개월 최저치인 48.5에서 소폭 상승했다. 이 지수는 50 이하일 경우 제조업 경기 위축을 의미하며, 4개월째 50을 밑돌았다. 제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2%를 차지한다.
한편 이날 미국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 및 지출 확대 법안을 찬성 51·반대 50으로 가결했다. 당초 찬성 50·반대 50으로 동수를 이뤘으나,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균형을 깨는 캐스팅 보트로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은 향후 10년간 3조3000억 달러(약 460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추가로 발생시킬 전망이다. 상원 통과 직후 하원도 빠르게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여, 시장은 향후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장기물 공급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렌 수석 전략가는 "채권시장은 국채 공급 증가에 무감각한 듯 보이나, 외국인 수요와 수급 균형을 감안할 때 결국 금리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낙폭을 줄였다. JOLTS 보고서 발표 후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0.46% 하락했으나 고용 지표 발표 후 낙폭을 줄이며 0.29% 하락한 143.58엔을 기록했고, 달러화는 스위스 프랑 대비 0.16% 하락한 0.79175프랑으로 거래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세금·지출 법안으로 인해 향후 국채 공급 증가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장기물 중심의 발행 증가가 예고된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과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