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대표 취임 1년...그룹공사 집중·조직 개편으로 올해 1분기 수익성 개선
내부거래·자금 수혈 등 그룹 의존도 극복 과제...신성장동력 마련 여부 '주목'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지방 미분양을 대거 떠안으며 실적 악화에 빠진 신세계건설이 '재무통' 허병훈 대표를 선임하며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신세계건설은 허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 1분기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안정성 위주의 리스크 관리와 내부거래 집중 전략이 효과를 봤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민간 주택 사업이 크게 위축된 만큼, 향후 그룹공사를 넘어서는 매출과 존재감을 확충하는 것이 허 대표의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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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실적.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신세계건설, 올해 1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개선...'안정성' 전략 주효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세계건설은 허 대표가 취임했던 전년 1분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매출은 1748억원에서 2740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314억원에서 -161억원으로 변화하며 적자 폭이 축소됐다. 흑자전환은 하지 못했지만 2년 전인 2023년 1분기(-132억원)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수익 구조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허 대표가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출 최소화 전략을 펼친 영향이다. 허 대표는 지난해 정 회장이 취임 직후 내린 첫 쇄신 인사를 통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지방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겪던 신세계건설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기존 정두영 대표는 신세계건설에서 공사담당, 공사총괄 등 경력을 쌓은 건설전문가다. 반면 허 대표는 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부사장,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 등 이력이 있는 재무전문가다. 재무전문가로의 수장 교체에 신세계건설의 재무지표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취임 후 허 대표는 '안전성 확보'를 전략으로 삼았다. 리스크 축소를 위해 신규 사업 추진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수익 확보가 안정적인 그룹공사에 집중했다. 실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신세계건설이 수주한 사업 중 도급액이 지난해 매출액의 5% 이상인 것은 ▲스타필드청라 ▲신세계본점24RM ▲원주 트레이더스 ▲고양창릉아파트 등 4건이다. 그룹공사가 아닌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사업인 고양창릉아파트 건설이 유일하다. 과거 '대구 북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등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한 만큼 민간 주택 사업에 거리를 둔 것이다.
앞서 수주한 민간 사업에 대해서는 원가율 개선과 사업장 관리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 정기 인사에서 미분양 해소, 채권 회수,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등을 맡는 사업관리담당 자리에 조선호텔앤리조트 출신 김광수 담당을 영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마트 전체 실적에 기여했던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사업 관련 전략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설비 전반을 책임지는 직책인 '기전담당'을 통합한 안전·품질 관리 조직 'QS담당'을 신설했다. 사업관리담당과 QS담당 모두 허 대표 직속 조직으로 두면서 리스크 완화에 주력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지난해 착공한 현장의 공정률이 진척되면서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며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영업손실 폭이 축소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 그룹사 공사·지원에 의존...성장 전략 '한계'
다만 실적 개선이 허 대표의 온전한 성과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신세계건설의 적자가 본격화된 2023년부터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의 심폐소생을 위한 지원을 이어왔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던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며 약 65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같은해 레저부문을 신세계그룹 계열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양도하며 약 300억원의 자본을 확보했다. 자본이 확대됨에 따라 부채비율이 2023년 951.8%에서 지난해 209.1%로 하락했다. 그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성장세였다.
미분양 해소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공사비 회수는 더디다. 실제 신세계건설의 미수금은 2023년 말 137억원에서 2024년 1분기 165억원으로, 올해 1분기 21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준공이 예정된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대구 본동3 주상복합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 신축공사(2·5 BL) 등 사업장의 공사비가 미수금으로 잡혀 있다. 기존 사업장 대다수가 지방에 쏠린 만큼 준공 후 미분양 발생 가능성에 대한 긴장도 놓을 수 없다.
1분기 실적이 개선됐으나 그룹 내 기여도 부분에선 아직 미약하다. 2018년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출시할 당시 신세계건설은 그룹공사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래 정체성이 그룹공사 담당 기업에 가까웠으나 이를 넘어서는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상장폐지 후 다시 과거의 그룹공사 중심 구조로 회귀하게 됐다. 재무 안정성은 확대됐지만 당초 지향하던 성장 전략은 결실을 맺지 못한 셈이다.
이마트 등 그룹 내 타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신세계건설 역시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더해 새로운 전략적 전환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이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정 대표를 경질한 후 성과 중심 수시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신세계건설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한 허 대표의 향후 전략이 주목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올해 사업 전략에 대해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과 그룹의 대형 프로젝트 등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 위주로 수주하면서 실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