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사, 신설 '기후에너지부' 유치 주장
'해수부 부산 이전'에 전남지역 보상 심리
같은 논리로 '지자체 나눠먹기' 확산 조짐
노무현의 꿈 '행정수도 건설'에 균열 시작
해수부 이전 보류하고 '해양청' 신설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이유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변수가 발생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를 전라남도가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자체 간 '부처 나눠먹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전남지사 "기후에너지부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유치"
정부는 16일 새 정부 임기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 조직개편은 별도의 태스크포스(F/T)를 구성해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정부 조직개편 관련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1일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이 있는 에너지수도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기후에너지부가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전남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1176GW로 전국(7333GW)의 16%를 차지해 전국 1위를 차지한다"면서 "전남은 기후에너지부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실행 거점이자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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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3일 해상풍력집적화단지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2025.06.13 ej7648@newspim.com |
김 지사는 제19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첫 농림축산식품 장관을 맡았다. 이듬해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인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내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김성환 의원은 12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지금 산업부나 환경부가 다 세종시에 있지 않느냐"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아마도 해수부가 부산으로 간 것 때문에 기후에너지부는 호남으로 이런 얘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부처는 정부 부처들끼리 협업을 해야 될 과제들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세종시에서 같이 다른 부처와 같이 협업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부·환경부, 해부수 이전 불똥 튈까 긴장
이 같은 공방에 조직개편 대상 부서인 산업부와 환경부는 마음이 편치 않다.
부처 일부를 떼어 내어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심란한데, 자칫 전남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생활 기반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전남에서 기후에너지부 유치 주장이 나오면서 (에너지정책실)직원들이 부쩍 예민해졌다"면서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주 산업부 대변인은 "정부의 조직개편 관련 사항에 대해 산업부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전남으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아내는 세종에서 일하고 있고 아이들도 세종에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매일 전남으로 출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부 다른 관계자도 "기후 에너지부 이전 관련은 전남도지사가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며 "지금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후에너지부 전남 유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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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 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있다. 2025.05.14 mironj19@newspim.com |
◆ 잘못 낀 첫 단추…다른 지자체 보상심리 작동
하지만 논리만 놓고 보면 전남의 요구가 무리하지도 않다.
해당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기대효과를 따져보면 해수부나 기후에너지부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을 시대적인 사명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수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감안하면 '기후에너지부가 전남에 신설돼야 한다'는 전남지사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관가에서는 비슷한 논리로 기존 부처나 신설되는 부처에 대해 각 지자체의 이전 요구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에서는 농식품부를, 울산시는 산업부를, 강원도는 환경부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통일부는 판문점이나 개성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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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공약으로 첫 단추를 잘못 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것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낀 것 같다"면서 "비슷한 논리로 지자체 요구를 하나하나 들어주다 보면 세종시에 남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수부 노조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아니라 '전략적 이원화'가 필요하다"면서 "세종에 있는 본부는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을 맡고, 부산에는 실행력을 갖춘 '해양수도개발청'과 같은 독립적인 추진 기구를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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