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안보실장 등 첫 재판 절차 공전
檢 "법원이 허가해야 기록 열람·등사 가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늦추기 위해 한미 군사작전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의 첫 재판 절차가 기록 열람·등사 문제로 공전하면서 다음 달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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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스핌DB] |
이날 정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고 변호인들만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변호인들은 공소장만 받아봤을 뿐 아직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며 기록 검토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어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 특성상 감사원과 국방부 등에서 비밀로 지정한 기록이 많아서 분류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며 "법령상 열람·등사를 제한하지 않은 부분은 바로 가능하나 나머지는 전례에 따라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기록) 열람·등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을 감사한 감사원에서 입수한 자료가 모두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돼 있어 법령상 부득이 외부 열람·등사를 제한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총 2만쪽 분량의 기록 중 63% 정도가 군사기밀보호법,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정보공개법) 등에 따라 열람이 제한된 상태다.
정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경우에 따라서는 비밀을 해제할 필요가 있는 대상도 있는데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비밀 해제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저희도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나 비밀 지정 주체가 감사원이다 보니 검찰이 해제할 권한이 없다"며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신청하면 결정을 통해 기록 열람·등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며 오는 6월 11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앞서 정 전 실장과 정 전 장관은 2020년 5월 29일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군사 2급 비밀인 군사작전정보(유도탄·레이더 전자장치유닛 교체)를 사드 반대단체에 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차장은 국방부 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4월부터 2021년 4월 사이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을 통해 총 8회에 걸쳐 사드 장비와 공사 자재 반입 관련 작전정보를 사드 반대단체에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4월 12일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사드기지 내 공사 자재 반입 등 작전 명령을 받았음에도 임의로 육군 제50사단장에게 작전 중단을 명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국방부 차관으로 부임한 후인 2017년 8월 반대단체 관계자들에게 작전정보를 하루 전에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약속하고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2020년 8월 사드 기지 관련 회의를 주관하면서 '사드 기지 지상 수송 작전은 개시 하루 전 반대단체에 사전 통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서 전 차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보다 먼저 차관으로 부임해 국방부 내 체계를 처음부터 주도했다"며 "여러 문건과 다수 국방부 관계자 진술을 통해 국방부 내 사드 방침은 사실상 서 전 차장이 결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 사드 배치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정 전 실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달 이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는 군검찰로 이송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