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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상) 법정에 갇힌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기사입력 : 2025년05월10일 08:00

최종수정 : 2025년05월12일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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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말, 법정에 갇힌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말이 사라진 정치에는 위기가 깃든다. 말로 풀 수 없는 정치는 결국 권력쟁탈전으로 터진다. 그리고 권력이 말을 대신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중요한 근거지를 잃는다. 2025년 대한민국, 우리는 그 잃어버린 정치를 목도했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고, 야당은 탄핵과 특검으로 무장했으며, 언론은 분노를 키웠고, 결국 광장은 외침으로 메워졌다. 말은 거칠어졌고, 이성은 실종되었다. 정치는 더 이상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응징의 무대가 되었다.

2024년 12월, 차가운 겨울 저녁에 떨어진 한 문장—'계엄령 선포'. 그것은 단지 정치적 조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민의 일상에 던져진 충격이었다. 도로엔 정적이 감돌았고, 국회 앞에 시민들은 빠르게 집결했다. 1970년대의 기억속에서 꺼집어 낸 긴급조치의 이름으로 공포가 일상에 스며들던 그때,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다시 멈출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직후, 속전속결로 모여든 국회의원들은 계엄해제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의 8표를 더해 야당은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성공했다. 야당의 무소불위의 힘은 무리한 구속까지 밀어 붙였고, 현직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구금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대행이 지명되자마자 또 다시 탄핵 소추안이 제출되었고, 두 번째 권한대행마저 위협을 가했다. 정치의 시계는 빠르게 돌았지만, 그 회전은 헌정의 안정이 아닌 위기의 회오리였다. 헌법재판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렸고, 민주주의는 법정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국민들은 긴장과 미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러는 사이, 불안은 일상을 잠식했고, 뒤척이는 밤은 길어졌다. 전 국민의 집단우울증과 분노증은 팬데믹보다 더 독하게 우리 가슴을 파고 들었다.

국민은 헌정의 운명을 정치가 아닌 사법의 손에 맡긴 채 조용히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은 고통이었고, 또 분노였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대통령인가, 국회인가, 한 정치인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간 대립과 분열의 정치문화인가. 국민은 아는데 정작 해야 할 사람들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 순간 탄핵은 더 이상 헌법의 최후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번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는 시작점이 되었고, 계엄은 국가를 지키는 장치가 아닌 정권을 지키기 위한 무기처럼 다뤄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MAGA'를 외치며 벌인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 생존을 건 지정학적 투쟁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을 그 시간, 대한민국의 국회는 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은 국가경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는 미래가 아닌 적대가 설계되고 있다. 탄핵은 전술이 되었고, 계엄은 전략이 되었으며, 정치는 대화가 아닌 응징의 도구로 전락했다. 국회는 말의 전쟁터가 되었고, '사형'이라는 단어로 위협했다. 법은 무기였고, 국회는 전장, 국민은 방청석에 앉은 피로한 관객이 되었다.

말의 전쟁, 토론의 실종

정치의 위기는 곧 말의 위기로 드러났다. 국회의사당은 더 이상 토론의 장소가 아니었다. 발언대는 합의와 설득의 장이 아니라, 정적을 겨누는 마이크의 포문이 되었다. 누군가는 상대당 의원에게 '이제 곧 구속될 사람'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당신 같은 사람은 국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상대방을 향한 말은 법과 제도의 토대 위에서 발화되기보다, 혐오와 적개심 위에서 흘러나왔다. 언급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은 자취만 남았지만, 그들의 표현은 국민의 마음에 멍처럼 남았다.

한 의원은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장관에게 "그 입 다물라"고 쏘아붙였고, 다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 정당 의원에게 손가락을 흔들며 비속어에 가까운 표현으로 몰아붙였다. 이런 표현은 단지 한순간의 격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 언어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회의록에는 '웅성웅성', '고성', '발언 중단 요청'이 반복되고, 정치는 점점 설득보다 감정의 호소와 전투의 양상으로 퇴행했다.

자극의 알고리즘, 진정성의 실종

말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짧고 강렬하게 가공되었고, 그 말은 TV 카메라와 유튜브 알고리즘에 적합한 방식으로 반복 소비되었다. 정치인의 말은 이제 '정책'이나 '비전'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고 쓰러뜨리는 데 동원되는 전술적 무기가 되었다. 그 말은 유권자의 판단을 이끄는 등불이 아니라, 분노를 부추기고 적개심을 증폭시키는 횃불이 되었다.

정치적 책임보다 정치적 조회수를, 진정성보다 충격을 중시하는 구조 속에서, 말은 점점 인간을 겨누는 언어가 되어갔다. 상대 정치인은 더 이상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죄악의 화신이 되었고,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살해야 할 적국의 병사로 간주되었다. 선을 넘는 말은 이제 하나의 전략이 되었고, 말이 칼이 되고 총이 되어 상대를 향해 쏘아졌다. 자극은 클릭을 낳고, 클릭은 권력을 만든다는 공식이 지배하면서, 정치 언어의 품격은 점점 더 저열해졌다. 그 결과, 국회는 설득의 장소가 아닌 혐오의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하편>에서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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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22~26일 유엔총회 참석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안전보장이사회 토의를 주재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22일 뉴욕에 도착해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해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의 역할도 당부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동포 간담회도 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뉴욕 한인 동포들과 자리한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6 photo@newspim.com 다음 날인 23일에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한다. 이 대통령은 190여 개 국가 정상들 중 7번째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위 실장은 "전 세계 정상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대한민국 대외정책을 천명하는 주요 무대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대한민국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한국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하고 인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기 위한 방안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글로벌 현안 대응과 관련해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유엔 총장의 지지도 당부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미 조야의 오피니언 리더와 만찬을 하면서 한미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제언을 듣고 의견을 나눈다.  뉴욕 방문 사흘째인 24일 오후 3시에는 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AI와 국제평화 안보 주제 회의에서 '모두의 AI 기조와 국제사회 평화 안보 공동 대응'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에는 미 금융가 월가와 한국 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서밋 행사에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할 방침이다. 위 실장은 "이 자리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알려 연중 최고가를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pcjay@newspim.com 2025-09-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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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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