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로 변신한 최민호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연극 '랑데부'로 사랑과 관계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샤이니 활동과 TV드라마, 영화를 거쳐 연이어 무대에 오르는 각오가 매번 새롭다.
최민호는 25일 예술의전당 2층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벌써 절반 정도 공연을 마친 '랑데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공연이 끝나가는 게 아쉽다"면서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연극이라는 무대를 정말 하고 싶었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는데 좋은 기회로 시작하게 돼서 행복해요.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로 첫 연극을 하면서 하는 내내 준비 과정도 무대도 정말 좋았는데 하다가 중간에 멈추게 돼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죠. 다음에 어떻게 또 할 수 있을까 하다 '랑데부'라는 작품이 마법처럼 찾아왔어요. 공연하는 이순간이 정말 행복하고 끝나가는 게 아쉬운 마음이 공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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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랑데부'에 출연 중인 배우 최민호. [사진=SM엔터테인먼트] |
2008년 아이돌 그룹 샤이니로 데뷔해 섰던 라이브 무대만 해도 셀 수 없다. 국내의 크고 작은 공연장부터 일본, 해외의 어지간한 무대를 다 섭렵했다. 그런 그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이제는 연기로 관객들과 만난다.
"콘서트와 연극은 같은 무대이긴 해도 전혀 달라요. 정말 많은 관객분들 앞에서 무대를 많이 했지만, 관객분들의 숨소리, 웃으시는 웃음소리, 훌쩍거리는 울음이나 흐느끼는 감정들도 다 느껴져요. 그러다보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런 관객의 호흡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죠. 같은 문화지만 너무나도 달라서 더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더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고 더 실수가 없으려고 노력 하기도 하죠."
연극 데뷔작이었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도 소극장 무대였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대극장 공연의 러브콜도 없지 않았을 법한데도 작은 연극 무대를 골랐다. 최민호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오르는 연극 무대가 굉장히 새롭기도, 익숙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번에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제가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연습 과정, 리허설, 하루하루가 다 배움의 연속이었고 무대에서 함께 대사하고 호흡하는 그 순간에도 이건 엄청난 나의 배움의 시간이라고 느꼈죠. 그 배움들이 고스란히 지금 이 두 번째 연극하는 데 많이 좀 표현이 될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그때 배우고, 지금 경험하는 걸 무대에서 표현하고 있고 극 자체가 달라서 준비 과정도 달랐던 점도 있어요. '랑데부' 준비할 때는 또 맞추어서 연습하고 다가가려고 했죠."
최민호는 연극 무대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무대에서의 그것과는 꽤나 달랐던 경험을 털어놨다. 첫 번째 무대를 떠올리면서는 "모든 게 다 물음표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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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랑데부'에 출연 중인 배우 최민호.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스스로 지금 내가 하는 연습 과정이 맞나, 표현하려는 것들이 잘 전달될까 의문이었어요. 항상 연기라는 걸 카메라 앞에서 하고 매체를 통해서 했어서 라이브감은 되게 다르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보시는 분들도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저만큼 있었을 테고 다 똑같은 감정이었을 텐데. 다행히 좋게 바라봐 주시고 제 표현들을 이해해주셔서, 메시지들이 잘 전달이 돼서 좀 신기했고 뭔가 행복했어요."
최민호가 선택한 연극 '랑데부'는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초연에는 배우 박성웅, 최원영, 문정희, 박효주가 출연했다. 그는 "초연은 안봤었다"면서도 대본을 먼저 본 뒤에 익숙한 선배들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랑데부' 대본을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마치 동화같았고,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서로의 재미도 있지만 아픔과 슬픔이 또 공존하는 이런 요소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런 저런 것들 내가 해보면 어떨까. 선배님들이 하셨는데 왜 나한테 왔지? 하는 생각도 잠깐 했고요. 그래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고 제안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죠."
초연 때 박성웅, 최원영 등 중년의 배우들이 현재 최민호의 배역을 소화했기에 출연자의 나이대가 확 어려진 감도 있다. 최민호는 연출의 이야기를 전하며 "30대, 40대, 50대, 60대에도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게 저의 소소한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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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랑데부'에 출연 중인 배우 최민호.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연출님이 이 극을 쓸 때 처음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공연을 해보고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셨대요. 젊은 배우가 하더라도 충분히 이 극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제안을 주셨다고 해요. 제가 30대 초중반에 이 '랑데부'라는 작품을 처음 만나고, 만약 40대가 돼서 또 한다면 또 다른 사랑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50대, 60대에도 아마 그렇겠죠."
'랑데부'에서는 극중 두 명의 인물이 서로 사랑하게 되고, 또 엇갈리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과 그 속의 감정들을 다룬다. 태섭이 '감정은 머무르고 시간이 지나간다'라고 하지만 지인은 '시간은 머무르고 감정은 지나간다'고 말한다. 남녀 간의, 또 사람 간의 사랑과 우정,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별 거 아닌데 곱씹어보면 되게 의미가 달라요. 이걸 우리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관객이 그걸 캐치를 했을 때 어떻게 다가갈까 이런 얘기를 서로 많이 나눴어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되게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감싸주고 하지만 결국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고, 어긋나고 틈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그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거든요. 사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애정이 있고 우정이 있어야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꺼낼 수 있게 되는 거겠죠. 모두가 똑같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첫 연극에서 극중 인물처럼 어떤 때를 기다리고, 지긋한 선배에게 계속해서 배우고 리드 당했다면 이번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른 무대에서 상대와 호흡을 맞춘다. 최민호는 오는 5월 10일까지 계속되는 '랑데부'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고 매일 달라지는 표현과 호흡들을 관객들이 좋은 경험으로 가져가길 바랐다.
"끝나가는 게 아쉬워요. 더 몰입하고 빠져들어서 그런지 되게 아쉬움이 크게 남고 있더라고요. 아직 만나뵐 관객분들이 많이 남았으니, 또 잘 보여드려야죠. 첫 공연 때와는 물론 달라지고 더 노련해지고 익숙함도 생겼겠지만 최대한 제가 표현하고 좀 연습했던 부분들을 매번 똑같은 컨디션과 좋은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도 매번 달라지는 태섭이와 매번 달라지는 민호의 만남이 되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또 새로운 표현들을 잘 담아서 오시는 관객분들에게 좋은 경험 시켜드리고 좋은 메시지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