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텍세종 인수로 내부거래 리스크 해소…공정위 규제 대비
매각 전 정리 작업 신호탄?…몸값 올리기 나섰다는 관측도
매물 나온 애경산업, 시장 예상 매각가는 절반 수준…온도차 뚜렷
일각에선 오너일가 현금화 의혹 제기…60억 원 이상 유입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애경산업이 오너일가가 보유한 에이텍세종을 인수하면서, 그룹 차원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주사 AK홀딩스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애경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 18일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제조·판매 업체인 에이텍세종 주식 100%(2만4950주)를 123억2400만원에 장외 취득했다. 이번 거래로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의 100% 자회사가 됐다. 애경산업은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인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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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CI. [사진=애경산업 제공] |
◆ 내부거래 리스크 해소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우선 내부거래 리스크 해소 효과다.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으며, 2021년 에이텍에서 인적분할된 이후에도 내부거래 규모가 크게 줄지 않았다. 이번 인수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를 피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산업이 매물로 나와있다는 점에서, 매각 전 정리 작업의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규제 리스크 해소는 기업을 팔기 전 정리하는 작업의 대표적인 예시다. 향후 애경산업 매각에 걸림돌 될 구조나 리스크 정리해둠으로써, 외부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에이텍세종은 지난해 186억원의 매출과 2억3487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감소세지만,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애경산업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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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애경그룹의 본사 애경타워. [사진=애경그룹 제공] |
◆ 매각 논의 본격화…가격 이견에 난항
현재 애경산업은 국내 사모펀드들과 매각 관련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각 가격을 두고 이견이 큰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시가총액 3800억원대의 그룹 핵심 계열사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K-뷰티 열풍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고, 추후 전략이 부재해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공존한다.
이로 인해 애경그룹은 6000억원 수준을 희망 매각가로 제시한 반면, 시장에서는 3000억원대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산업이 에이텍세종을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 리스크 해소 등 본격적인 매각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에이텍세종은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애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한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오래 전부터 검토됐으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회사 매각 검토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너일가 현금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에이텍세종은 오너일가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로, 이번 인수로 약 60억원 이상의 현금이 오너일가 측으로 유입됐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지분율 28.7%)을 비롯해 채동석 부회장, 채승석 전 대표 등이 주요 수혜자로 거론된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상장사 자금으로 오너일가 개인 회사를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