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터리, 카메라 등 '느껴지는 기술'이 중요
2Q 갤럭시 비수기 진입…최원준 사장 시험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이르면 다음 달 내놓을 '갤럭시 S25 엣지'는 '두께 5.88mm'라는 숫자 하나로 존재감을 입증한다.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가장 얇은 이 스마트폰은 애플보다 한 발 앞선 '초슬림 전략'을 선언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전례 없는 디자인 전환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 얇음이 과연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가에 있다.
S25 엣지는 사실상 비수기인 2분기 실적 방어용 카드다. 1분기 갤럭시 S25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모바일 사업의 체면을 살렸지만, 2분기엔 신제품 효과가 소멸되고 출하량도 빠르게 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이 시점을 겨냥해 S25 엣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외형은 분명 화려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진짜 기다린 변화가 '1.4mm의 두께 차이'였을까?
스마트폰의 본질은 점점 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폰이 얼마나 얇은지가 아니라, 얼마나 유용한지를 따지는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배터리는 하루를 버텨주는지, 카메라는 일상을 얼마나 선명히 담아내는지. 지금 스마트폰 소비자는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손에 잡히는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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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산업부 기자 |
갤럭시 S25 엣지는 이런 흐름에서 오히려 본말이 전도된 인상을 준다. 정확한 스펙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장 전망에 따르면 일단 두께를 줄이기 위해 망원 카메라가 제외됐다. 배터리 용량 확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얇게 만들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덜어내는 선택이 과연 사용자에게 반가운 일일까. 발열 이슈, 배터리 지속시간, 전체적인 내구성까지 감안하면, 초슬림이라는 강점은 금세 약점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건 '얇음의 미학'이 아니라 '기능의 완성'이다.
초슬림폰의 등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관심을 끈다. 이 제품은 최근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새롭게 임명된 최원준 사장의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노태문 사장이 디바이스경험(DX) 사업부장 직무대행까지 맡게 되면서 사실상 MX사업을 총괄하게 된 최 사장은 갤럭시 브랜드의 성패를 책임지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S25 엣지의 시장 반응은 단순한 제품 성적표를 넘어 새로운 리더십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쟁도 녹록지 않다. 애플은 오는 9월 초슬림 모델인 '아이폰 17 에어'를 선보일 예정이며, 중국 제조사들은 이미 '슬림+기능'을 모두 잡은 중저가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슬림폰 시장을 선점하려는 조급함이 이해는 가지만 '빨리'보다 '정확히'가 중요한 때다.
혁신은 얇아지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혁신은 무언가를 더하고 기대 이상을 채워줄 때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초슬림 전략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정말로 '느껴지는 기술'을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