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로 리그 호령
리그 4연승으로 30년 만에 LG 투수 20승 타이틀 도전
[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시대를 역행하는 투수가 있다. 임찬규는 신인 시절 최고 시속 152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혹사와 그로 인한 수술로 구속이 떨어진 임찬규는 이후 유인구로 선수들의 배트를 이끌어내는 '피네스 피처(finesse pitcher)'로 전향했다.
임찬규의 이번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40.4km다.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를 보여주는 선발 투수들이 즐비한 리그에서 임찬규 구속은 느려도 한참 느리다. 하지만 타자들은 다른 어떤 투수들보다 임찬규의 직구를 어려워한다.
그 이유는 정확한 제구력과 구속 차를 이용한 변화구에 있다. 임찬규는 스트라이크 바깥쪽 라인 끝에 걸치는 공들을 통해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며,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로 상대 타자를 유혹한다. 특히 최저 97km까지 떨어져 직구와 무려 50km 구속 차이가 나는 커브를 보유하다 보니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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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16일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호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2025.04.16 photo@newspim.com |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적응을 끝마친 임찬규는 이번 시즌 날개를 폈다. 임찬규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7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4연승(무패)을 기록해 다승 단독 선두가 됐다.
임찬규는 앞선 3경기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첫 선발 경기인 한화 이글스와 경기 완봉승, 3일 kt와의 경기 5.2이닝 1실점에 이어 10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27.2이닝 동안 4자책만 기록했다.
삼성전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1.23)은 소폭 상승해 KIA의 제임스 네일(0.23), KT의 엠마누엘 데 헤이수스(1.2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 투수 중에선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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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2025.04.16 photo@newspim.com |
임찬규의 이번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달리 초반부터 불안했다. 1회부터 3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다. 이전 3경기서 한 경기에 2점을 내준 적이 없던 임찬규였기에 힘겨운 출발이었다.
이후 안정을 찾은 임찬규는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날 임찬규는 주무기로 평소에 즐겨 던지지 않던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직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1.3%의 구사율로 숨겨놨던 슬라이더를 삼성과의 경기에서 17.5%까지 늘렸다.
임찬규-박동원 배터리는 2회부터 슬라이더를 꺼냈다. 직구와 비슷한 속도의 슬라이더(평균 구속 132km)로 삼성 타자들은 당황했다. 이날 6이닝 동안 무려 103개의 공을 뿌린 임찬규는 최고 143㎞의 직구를 36개, 115㎞의 커브를 26개, 131㎞의 체인지업을 22개, 135㎞의 슬라이더를 19개 뿌렸다.
경기 종료 후 임찬규는 "초반에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수비진의 도움을 받으면서 마인드 세팅을 단순하게 가져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 중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덕아웃에서 바로 복기하고 분석하면서, 빠르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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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16일 삼성과 경기에서 6이닝 2실점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2025.04.16 photo@newspim.com |
임찬규는 또 "예전에는 초반에 점수를 내주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지금은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추스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찬규와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은 "찬규가 진짜 좋은 투수인 게 특정 구종이 잘 안되면 다른 구종을 쓰면 된다. 원래 슬라이더를 잘 안 쓰는데 오늘은 많이 던지면서 6회까지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4연승을 기록한 임찬규는 마의 20승을 노리고 있다. LG 투수로 20승은 1995년 '야생마' 이상훈이 유일하다. 임찬규는 30년 만에 LG 선수로 20승과 2017년 양현종(20승) 이후 국내 투수 20승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한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