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재추진에 재계 우려..."정치 불안에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기업들이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상법 개정은 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것인데 지금 형편상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은 "통상 문제와 인플레이션 등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등 기술 충격에 정치 문제까지 겹쳐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시민까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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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윤 산업부 차장/ tack@newspim.com |
최 회장은 각종 악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국내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초불확실성의 시대(super unknown)에는 기업의 결정이 안 나온다"며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으로, (상법 개정시) 새 국면으로 간다는 뜻인데, 지금 할 시점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재계가 대내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국내적으론 대통령 탄핵 정국 지속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대외적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및 경기 침체 우려다.
특히 자동차가 대미 수출품목 1위인 한국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187조원 가운데 자동차가 51조원(27%)에 달한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 절반 정도가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10억 달러(31조원 규모)를 투자해 미국내 생산을 늘려 관세 폭탄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국내 생산 및 일자리 감소 우려가 나온다. 수 년째 한국시장에서 지지부진한 한국GM은 철수설이 또 나올 정도로 어렵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회사들은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대미 철강 수출에서 적용받던 '263만t 무관세' 쿼터가 해제되고,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수년째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철강 업계는 그야말로 생존 위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 보류됐지만, '장미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은 1500만 개미 투자자들의 눈치에 상법 개정을 또 다시 밀어부칠 기세다. 상법이 개정된다 해서 소액 주주들의 주주 가치가 '밸류 업' 될지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SK그룹이 최근 제작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선경 실록'에서 최 선대 회장은 "우리나라는 수습이 빠르다. 기업인들까지 불안 요소때문에 들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치권이 최 선대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새겨 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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