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고속 데이터 처리에 필요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기가 이르면 연내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기판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전기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유리기판 시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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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시제품(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다. 오는 5월까지 구축을 마친 후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구축된 유리기판 시생산 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오는 2027년 생산을 목표로 유리기판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CES 2025에서 "올해 반도체 유리기판 샘플(시제품)을 프로모션할 계획"이라며 "고객사 2~3곳에 샘플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업계에서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게임체인저다. 인공지능(AI) 디지털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이를 반도체 패키징에 적용하면 전력 소비와 패키지 두께는 줄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기판은 CPU, GPU, 메모리 등을 전기적 신호를 통해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도체 간 신호를 원활하게 이동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력 공급까지 하는 셈이다.
기존에는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고성능 반도체 사용이 늘면서 탑재되는 칩의 양이 늘었다. 플라스틱 기반은 이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게다가 GPU를 구동할 때 발생하는 열 때문에 기판이 물리적으로 변형되는 문제도 있다. 기판이 변형될 경우 반도체 간 연결이 쉽게 끊긴다. 데이터 전송 시 신호가 약해지고 오류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플라스틱 기판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상대적으로 열에 강하다. 기판이 휠 염려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세밀한 회로를 만들기에도 적합하고, 중간 기판 소재를 끼우지 않아도 돼 기판 두께가 최대 25%까지 얇아진다. 전기 전달 측면에서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기판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데이터 처리 규모는 8배가량 증가한다. 다만, 유리 특성상 충격과 균열에 취약해 관련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유리기판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달러(약 10조원)였지만, 오는 2028년에는 84억달러(약 12조원)까지 증가한다. 매년 3.5% 성장하는 셈이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은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유리기판 기술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기의 시제품이 고객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유리기판이 회사 성장을 이끌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로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와 유리기판 공동 연구개발(R&D)에 착수한 것은 유리기판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열풍으로 고속 데이터 처리 반도체에 필수 소재인 유리기판은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며 "고객사와 신뢰를 잘 쌓아 유리기판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