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때 무산돼 가능성 낮다는 시각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관세 부과가 결정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바이오시밀러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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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각서에 서명했다. 4월 초 맞춤형 상호 관세를 각국에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약품 관세 여부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초 의약품에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존슨 미 하원의장이 "자동차와 의약품 등 4개 품목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 기업인 셀트리온은 지난달 30일 대응 전략을 내놨다. 우선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경우 올 3분기까지 추가 수입이 없어도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완제의약품보다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현지 제조소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국에서 원료의약품 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인 분위기라, 의약품 관세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기존에 냈던 입장을 유지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10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미국명 세노바메이트)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은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회사는 캐나다에서 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최근 미국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현지 생산 검토 등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D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이들 기업 외에도 대웅제약과 GC녹십자, 휴젤 등이 미국에서 신약과 보툴리눔 톡신 등을 판매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어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의약품 관세 부과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으나, 의약품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의약품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관세 부과가 시행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의료비 지출 부담 우려가 제기되자,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제외했었다"며 "현재 미국 내 여러 단체들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에 관세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건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비관세 부문에 있어서 미국이 국내에 들여오는 의약품의 가치를 더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