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거래 규모 38.9조원, 코스피 7.4조·코스닥 6조 불과
업비트·빗썸 등 가상자산거래소 실적이 증권사들보다 앞서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으로 글로벌 '훈풍'이 불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암호화폐)에 과세 유예 등 연일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업계 숙원인 법인계좌 허용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등 이미 국내 주식시장 대비 5배 이상 커진 국내 암호화폐시장이 또 한차례 폭발적인 성장 '분기점'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된 코인 거래 규모가 한국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의 주식 거래량을 크게 앞질렀다.
글로벌 암호화폐 통계 웹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최근 24시간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약 38조9000억원(277억80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2일 하루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 7조4000억원 대비 5배, 코스닥 거래대금 6조2025억원과 비교할 때 6배 이상 많은 막대한 규모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12.03 peterbreak22@newspim.com |
올해 1분기말 11조원 가량에 머물렀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최근 트럼프 당선이라는 글로벌 '훈풍'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과세 유예까지 확정되며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경기불황을 돌파할 모멘텀을 찾기 못하며 연일 하락세다. 전일 코스프 거래대금은 올해 일평균 10조9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줄어든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모두 합쳐도 암호화폐 거래대금에 1/3에 불과한 형국이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과세 2년 유예 방침 확정하면서 개인 투자자 이탈 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 시 발생하는 소득이 연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지방세 포함 22%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2022년 시행 예정에서 두차례 유예돼 내년부터 적용될 방침이었으나 이번 민주당의 결정으로 2027년으로 다시 한번 미뤄졌다.
가상자산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훈풍'이 불어오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 위축을 야기할 국내 요인까지 사라지는 등 연이은 호재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권에서는 과세가 시행될 경우 투자자 상당수가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과세 유예에 이른 후속 규제완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권에서 꼽는 1순위 과제는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이다. 해외와 달리 개인 투자자 진입만 가능한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기업들의 참여가 가능하고 가상자산 현물 ETF 등 관련 상품 출시도 예상된다. 국내 거래소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법인계좌 허용은 금융당국에서 검토중이다. 지난 11월 출범한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및 2단계 입법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 검토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관례처럼 굳어진 이른바 '1거래소·1은행 체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 등을 위해 하나의 거래소가 복수의 은행과의 거래를 암묵적으로 막고 있다. 이런 규제는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을 야기하고 고객 선택권을 제한하는만큼 완화가 요구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달했던 개인 투자자 이탈 우려 요인이 해소됐기에 향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상자산시장 성장을 위해 다른 규제들도 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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