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응찰자 없어 재정사업으로 전환
경천철 수요예측 과다 논란에 예타 통과 주목
시장에선 장기 표류에 예타 면제, 공사비 증액 요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이 민간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민간 투자사업에서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 방식이 바뀌면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예타 절차로 인해 1~2년 추가 지연이 뒤따르는 데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요 조사가 이뤄지면 예타 기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민자 사업이 무산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시장 눈높이에 맞는 예산을 편성할지도 미지수다.
◆ 16년간 멈춘 위례신사선, 재정사업 전환에도 해결 과제 산적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신사선 사업의 민간 투자사업 무산으로 재정사업 전환이 모색되고 있지만 사업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2차 재공고에도 민간투자 사업자 선정이 무산되자 이를 재정 투자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방식 전환에 따라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의 재원으로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한 뒤 운영수익으로 투자금 등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간이 직접 운영해 얻는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익형(BTO) 방식과 사전에 정해진 임대료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임대형(BTL) 방식이 대표적이다. 위례신사선은 위험분담형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rs)으로 추진됐으며 총사업비의 절반은 민간이, 나머지 절반은 건설보조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위례신사선 노선도 [자료=서울시] |
재정 투자사업은 국가 재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공사 방식이다. 수익성과 관련해 고려할 필요가 없어 시공사의 위험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1~2년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우선 예비타당성조사의 범위와 목적을 결정하고, 조사의 일정과 예산을 계획하는 계획단계를 거쳐 시장 조사, 경제 분석, 기술 평가, 법적 요건 등 평가 자료를 수집한다.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경제, 시장, 법률, 기술, 재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이뤄진다. 조사 완료 후 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가 최종 평가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며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예타 기준을 넘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위례신사선은 2018년 11월 재정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해당하는 민간적격성 조사에서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위례신사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의 민간적격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B/C) 결과 1.02를 기록하며 일반 철도사업의 기준치 1.0을 넘겼다.
하지만 최근 민간적격성을 통과한 위례와 과천을 잇는 위례과천선 사업이 본격화하면 철도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주요 경전철 사업에서 수요가 과다 예측된 것도 부담이다. 개통 초기 애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승객 이용으로 대부분의 경전철이 손실을 보고 있다. 우이신설선, 신림선, 용인경전철, 의정부경전철 등이 대표적이다.
◆ 사업 정상화 위해 공사비 증액, 예타 면제 필요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예산 편성이 충분히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재정사업으로 전환한다지만 원가율 부담, 공기지연 등을 우려해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공사비 증액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철수했다. 결국 시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을 위해 사업비를 증액하고 공기를 늘렸다. 1차 재공고 때에는 사업비를 최초 공고에서 제시했던 1조4847억원 대비 19%가량 오른 1조7602억원으로 증액했다. 2차 때에는 물가상승률을 일부 반영하는 기획재정부의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라 4.4% 올려 1조8380억원으로 올렸다. 공사 기간도 기본 5년에서 6년으로 연장됐다. 그럼에도 적정 공사비에 못 미치고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무겁다는 이유로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사업장 원가율이 95%가 넘어 공공공사라도 적정 공사비가 제시되지 않으면 입찰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의 전향적 태도와 컨소시엄 확대 등이 함께 이뤄져야 사업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례신사선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지역 주민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경기 성남시 위례중앙광장에서 위례시민연합이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업계획을 확정한 후 16년간 착공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일종의 '분양 사기'라는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분양가에 가구당 약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을 교통분담금 명목으로 납부했으나 2013년 말 첫 입주 이후 아직도 위례신도시를 관통하는 철도 노선이 전무하다.
김광석 위례신도시 시민연합 대표는 "예타 면제가 보장되지 않는 재정사업 전환은 사실상 위례신사선 사업의 종결을 의미한다"며 "조속한 사업 정상화를 위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