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든 영장 사전심문하겠다는 것 아냐"
검찰 "압수수색은 속도가 중요…단순 절차 하나 추가 아니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가 최근 법원과 검찰 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의견이 갈리는 데다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법원과 검찰 모두 국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영장사전심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사의 기밀성·신속성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9.25 leehs@newspim.com |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 수사 관계자 등을 직접 심문해 그 필요성을 소명 받는 절차이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사전심문제 도입을 입법예고하고 시행하려 했으나 검찰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두고선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법원과 검찰의 의견이 엇갈렸다. 양 기관은 수사의 기밀성, 신속성 등의 중요성엔 공감했으나 전인격에 대한 수사에서 엇갈린 견해를 드러냈다.
휴대전화는 일정과 연락처,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압수품으로 꼽힌다. 법원은 압수수색 대상자의 혐의와 관련 없는 사생활이 들어있는 만큼, 영장 발부·기각에 더욱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을 심리하는 판사에 따라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청구를 기각하는 판사, 혼자 며칠을 고민하는 판사가 있을 수 있다"며 "모든 영장을 사전심문한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명확한 소명이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을 통해 듣고 발부·기각 여부를 더욱 신속·정확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도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심리한다면 수사의 기밀성을 해칠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현재 방식보다, 어떤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는지 심문을 통해 명확히 알게 된다면 수사기관에서도 판단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검찰청 관계자는 "일부 사건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고 난 뒤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압수수색 대상자의 대응이 미흡하거나 당사자가 대응하지 못할 때 빠르게 압수수색을 나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전심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절차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절차가 포함되면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 수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권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이 실제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한 지청장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그만큼 법원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 부분은 장관의 말처럼 압수 후 포렌식 절차에 대상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영장 사전심문제에 관련해 박주민·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두 개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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