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현재 전체 465석 중 여권 214석, 야권 250석
이시바 총리 "비자금 스캔들로 엄격한 심판 받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7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참패했다.
특히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 이후 15년 만에 단독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선거 참패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 겸 자민당 총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일본 정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오전 5시 현재 입헌민주당 등 야권(무소속 포함)은 전체 의석 465석 중 250석을 확보했다. 과반 의석인 233석을 훌쩍 넘긴 것이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48석을 얻었다. 일본유신회가 38석, 국민민주당은 28석을 획득했다. 그외 공산당 8석, 레이와신센구미 9석, 사민당 1석, 참정당 3석, 일본보수당 3석, 무소속 12석 등이었다.
반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190석, 연립 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은 24석에 그쳤다. 자민당 의석은 선거 직전 247석, 공명당은 32석이었다.
27일 일본 중의원 총선이 끝난 뒤 도쿄 한 개표소에서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1강 시대는 끝났다"고 했고, 아사히신문은 "입헌민주당이 크게 약진해 자민당의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입헌민주당은 선거 직전 98석에서 이번에 50석을 더 얻었다.
이시바 총리는 출구 조사가 발표된 뒤 "(우리 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외교나 안보 정책, 사회 보장 등 다른 문제보다 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다른 야당과 협력해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연립 여당의 과반이 무너졌다해도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계 안팎의 관측이다. 야권은 이념이나 정책 등의 스펙트럼이 너무 커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당은 정치자금 스캔들로 탈당한 뒤 당선된 의원들을 다시 받아들이고 이념·정책 성향이 비슷한 정당과 의원을 끌어들여 연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은 지난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본 정계를 압도적으로 지배했다. 1993년 9월~1994년 6월, 2009년 9월~2012년 3월 등 3년 3개월을 제외하고 집권 여당 지위를 누렸다.
지난 2012년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2014년과 2017년, 2021년 등 4차례 총선에서 언제나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공명당 의석까지 합치면 야당의 협조 없이도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작년 말 터진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론을 피해가지 못했다. 자민당의 일부 국회의원이 정치 행사 때 받은 현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아 문제가 된 사건이다.
50% 이상 급등한 쌀값 등 일본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고물가 현상도 서민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8일 만에 승부수를 띄웠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당에서 내쫓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리진 못했다.
이시바 총리의 결단이 참패로 결론이 나면서 그의 정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반(反)이시바 진영에 있는 아소 다로 자민당 특별고문이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에게 이시바 총리가 단명할 수 있으니 "때를 기다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 가며 경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