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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시봉의 독립유공 포상 누락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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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문학박사·평론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독립운동의 정신과 친일세력 간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

최근 양세봉 조선혁명군 사령관을 지킨 그의 두 동생 양시봉과 양정봉의 독립유공 포상 누락을 지켜보면서 믿을 국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는 서민에게 있어서 국가는 믿을 것이 못 되거나, 국가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조부의 독립운동을 부모를 통해 온몸의 유전자로 기억하는 독립운동 후손으로서는 얼마나 허탈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조국, 믿어서는 안 되는 조국, 그런 조국에 대한 기대를 이제는 버려야하는 것일까? 양세봉 장군은 대한민국에서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서도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섬기는 대표적 독립투사이다.

그런 독립투사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족의 헌신과 고난이 있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당시는 요즘처럼 핵가족 시대가 아닌, 대가족 사회가 유지되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양시봉과 양정봉의 독립유공 포상 탈락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독립운동의 가치와 역사적 정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에게 있어, 이러한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준다.

2000년에 이어 2019년, 2022년 새로운 자료를 발굴할 때마다 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군자금 제공 등 독립운동 사실에 관한 거증 미비" 혹은 "활동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자료 미비"로 탈락했다.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이니, OECD가입국이니, 정보통신 강국이니 같은 자랑을 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미흡한 자료를 찾고, 주변의 생존자를 찾아 증언 구술이라도 나서야 할 것 아닌가? 가족의 삶 자체만으로도 생생하게 증거되는 가족의 진술을 믿지 않고 어디서 어떤 자료를 더 가져오라고 하는 것인가.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이 대부분 열악한 상황인 것은 대한민국의 보편적 현실이다.

더구나 중국 조선족으로 살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처지는 더욱 힘든 현실인데 말이다. 조선족 김춘련(양시봉의 외손녀)이 발로 뛰어가면서 '한국독립당 청원현 총본부 재무부장' 기록을 찾아 다시 증빙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 보훈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원현 공안국 당안 복사본이 가장 유력한 증명 재료라고 생각하여 2022년도에 신청할 때는 한글로 번역하여 제출했는데도 탈락되었어요."라고 말하는 양시봉의 외손녀 심정에는 절망감이 배어있었다.

그녀의 외조부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대한독립의 가치가, 현재의 국가 체제 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역사적 정의와 민족의 자존심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친일로 득세한 이들이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곁에 포진하는 동안 우리는 친일을 단죄하지 않고 국가를 세웠다. 그러한 결과가 현재는 광복절을 무시한 건국절 타령이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의 입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망언을 일삼는 친일세력이 독립기념관 관장까지 임명된 세상이다. 하여 광복회 이종찬 회장은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대통실을 향해 직격탄을 쏘았다.

이종찬 회장의 조부인 이회영은 전 재산을 털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운동에 나선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조국 혁신당 대표는 "밀정을 국가 요직에 임명하는 자가 왕초 밀정"이라면서 친일 밀정을 축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비굴하게 자신의 안일만 생각하면서 제국주의나 독재정권에 빌붙어서 부와 권력을 누린 이들이 단죄되지 못했다. 이런 자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잡고는 독립운동가를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후손들이 가난한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친일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에 열을 올렸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말로 분열이 되고 있으니, 남북의 통일은 고사하고 남한 내에서도 내내 분열에 시달렸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는 독립운동가의 명예마저 짓밟는 일이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항일투쟁에 나서던 독립운동가들이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세력과 손잡고 항일운동을 전개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중국과 러시아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물결이 세계적 조류처럼 흐르고 있었다. 시대와 환경에 맞춰 '대한독립'만을 생각하면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이념과 상관없이 독립운동에 나선 투사들을 마치 현재의 공산주의자처럼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일제강점기의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는 현재 북한의 '김일성 공산주의'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상이다. 남한이 북한과 '적'으로 대결하는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북한 공산주의와 일제강점기의 공산주의는 전혀 다른 사상이다.

그걸 모를 리 없으면서도 독립투사들을 공산주의자로 치부하여 지우려는 시도는 매우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을 처단하며 괴롭히던 '매국적 친일세력의 후손'들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직적 음모가 담겨 있는듯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를 보면, 독립운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고, 김좌진 장군의 이름을 지우는 등의 행위는 의도적인 역사 지우기이다.

이는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국가가, 오히려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친일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데 있다.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기 동안, 친일세력들이 오히려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해 왔다. 이들은 자신의 '친일' 과거를 감추기 위해 극단적인 반공 정책을 펼쳤고, 이는 결과적으로 남북 분단을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자꾸 늦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극우들이 선거 때마다 북풍 공작을 펴고, 빨갱이 소탕이니, 남한 내 간첩이 많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것도 분열이 개인 권력 획득에 이득이라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다. 평화에 관심없는 이들이 분열과 불안을 조성하여 권력 유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우리 사회의 좌파들이 아니라, 극우들이 북한 지도자를 더 닮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한반도의 분단도, 6.25 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빨갱이니, 간첩이니 같은 이념 싸움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산주의를 향해 알 수 없는 두려움이나 적개심을 지니는 것 모두 일본제국주의에 그 원죄가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일제의 침략과 그에 부역한 친일 세력들의 행태에 닿게 된다. 분단의 원흉인 일본제국주의의 침략도 문제거니와 그에 맞서지 못한 친일 매국세력은 더 나쁘다.

이완용처럼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세력들이 2024년 현재도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의 정신까지 훼손하며 친일에 나서는 중이다. 일제강점기의 치욕적 역사를 왜곡하거나, 때로는 미화하면서 노골적으로 매국적 친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일본과의 교류나 협력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노력을 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이다.

1909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본 제국주의와 그에 부역한 친일파들의 행위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하며, 그들의 후손들이 현재까지도 그러한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거 친일 행위를 통해 축적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들이,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을 오히려 폄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역사 인식의 차이를 넘어, 현재 한국 사회의 불평등 근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제국주의 편에서 민족을 갉아먹은 친일세력, 독립운동가를 해치던 밀정을 우리는 지금까지도 청산하지 못했다. 매국 혹은 반민족 행위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그 재산을 기반으로 현재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물론, 독립운동가의 정신마저 훼손하려는 시도를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친일 매국노였던 부모를 스스로 단죄할 수는 없겠지만, 일본 덕에 근대화를 이뤘다거나, 독립운동가가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였다는 식으로 왜곡시키는 행위까지 나아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언컨대, 친일 매국노의 부모와 조부모를 둔 덕에 대한민국에서도 권력의 호사를 누리는 자들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핍진한 삶까지 폄훼하는 일은 일본제국주의자 보다 더 나쁜 행위라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국가 발전과 역사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제라도 양세봉 조선혁명군 사령관을 지킨 그의 두 동생 양시봉과 양정봉의 독립유공 지정을 위한 자료 조사 작업에 정부가 나서기를 촉구한다. 또한, 그동안 유공자 지정 신청에 탈락된 모든 이들에 대한 조사 역시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기를 바란다.

한 정치인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가난하고 버거운 생존을 이어가던 독립운동 후손들에게 조부모의 독립유공 확증 자료 수집의 일을 떠맡기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부디, 증언자들이 고령으로 더 세상을 떠나기 전에, 미지정 독립유공자에 대한 고증작업을 국가가 직접 나서길 촉구한다.

2024.08.25

정연수 문학박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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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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