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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우토야 참사 이후의 대반전, 추도사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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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곧 금이다" 이 표현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경구다. 말을 생각 없이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전달되어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뜻의 표현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때도 있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모르는데 입을 열었다가 자칫 지식의 바닥을 들어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때가 있다. 잘못하며 본전도 못 뽑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정 반대의 경구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무언이 가치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말을 하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잘 구사한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진가를 발휘할 때 이 표현을 쓴다. 시련을 당한 이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는 메시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한마디는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를 기억하게 하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말의 최고의 진수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 화해와 단합, 그리고 새롭게 국가정신을 일깨워줄 수 있을 때 발휘된다.

2011년에 발생한 노르웨이 연쇄 테러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 '7월 22일' 포스터

얜스 스톨텐버그(Jens Stoltenberg) 현 나토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총리 출신이다. 2011년 그가 총리였을 때 국가적 재난을 당한 적이 있다. 오슬로 외곽 노동당 청년캠프 시설이 있는 우토야 (Utøya)섬에 잠입한 극우 테러범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92명이 사망하고 69명이 중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민간인들이 그렇게 많이 한꺼번에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2차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다고 자부하던 자기 나라 땅에서, 그것도 미래 정치인을 꿈꾸며 여름캠프에 참가한 20대 청년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목격하며 충격과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여름휴가에 있었던 스톨텐버그는 바로 집무실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했다. 후속 테러범이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해 전국에 비상경계를 선언하고 수사를 위해 총매진 하는 동시에, 1주일간 애도의 주간으로 정했다. 총격이 있었던 섬에서 255명의 생존자들이 정신적-육체적 충격으로 인한 불안, 불면, 공포심리를 치유하기 위해 오슬로 인근병원에서 입원 후 장기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의 심리상담사들을 배치해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충격에 빠진 가족들과 불면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국민들의 위해 마을교회와 학교에 전문심리상담사를 신속하게 배치해 집단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톨텐버그는 외국인 이민자들의 소행으로 오인해 모스크와 외국인 주거주역을 집단 공격할 것을 우려해 범인을 신속히 체포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 이틀만에 우토야 공격은 신나치즘을 지지하는 단독 극우 테러범인 자국민 소행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그리고 내무부 장관이 함께 나와 사건의 경위, 희생자 및 생존자 명단, 범인 체포상황 등을 매일 아침과 저녁 두번씩 신속하게 발표했다.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자녀를 잃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위로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상세히 설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자칫 잘못하면 서로 증오하고 다른 희생양을 찾아 보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스톨텐버그는 총리로서 국가의 대재난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상황을 마무리한 후 사임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하며 눈물의 사죄를 했다. 하지만 누구하나 그에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하는 국민은 없었다. 야당들도 참사 후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애타게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 격려를 보냈다. 사고가 난 직후 바로 업무에 복귀해 상황을 파악하고, 범인체포, 생존자 구출, 사망자 수습, 사건의 경위 파악 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목격했다. 지도자의 진면목은 위기관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능력있는 지도자를 잃을 수 없다고 사임을 반대하며 도리어 총리를 위로해 주는 감동적인 모습은 국난을 당한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총격이 있은지 이틀만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민이 모였다. 국왕 하랄드 5세 가족과 전내각, 여야 당대표,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스톨텐버그는 다음의 짤막하지만 힘있는 추도사를 남겼다.

노르웨이 총리 앤스 스톨텐베르그가 2011년 7월 23일 오슬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오슬로 외곽 우토야에서 벌어진 살상은 2차대전 이후 최고로 잔혹한 민족재난입니다. 하루하루가 영원의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충격과 절망, 분노, 절규는 낮과 밤 내내 교차하면서 지속됩니다. 오늘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다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더 이상 우리 옆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다함께 슬퍼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92명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여전히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죽음은 비극 그 자체입니다. 그들의 죽음은 이제 국가의 비극이 되었습니다. 그 비극의 규모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감당할 수 없을만큼 고통은 커져만 갑니다. ….중략….. 모니카는 내가 20년 동안 알고 지내온 동료였습니다. 우토야가 곧 그였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보호하고 안전하게 구해내기 위해 애쓰다가 총을 맞고 우리를 떠났습니다. 남편 존, 두 딸 빅토리아, 헬렌은 지금 드람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불공평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토레 에이케란드, EU 토론연설을 잘해 우리의 기억에 생생한 젊은이도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반드시 안고 살아 가야 합니다. …중략… 오늘 저는 슬픔 가운데 당당히 서로를 위로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가 만난 인간존엄과 열정을 지닌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는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민은 무한한 자긍심을 가진 분들입니다. 아직 충격에 빠져 있지만 우리가 간직한 중요한 가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입니다. 우리는 개방과 인간존중의 가치를 지닌 민주주의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순진하다고 보면 안됩니다. 얼마전 CNN과 인터뷰한 청년간부의 영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한사람의 테러리스트가 이렇게 엄청난 증오를 만들어냈다면, 우리 모두 함께 엄청난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으신 그 아픔, 저와 온 국민이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온 세계가 슬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전 세계의 국가지도자들이 저희에게 조문을 보내왔습니다 (세계지도자들의 이름을 읽어 내려간다) ...중략... 무엇으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데려 올 수도 없습니다. 가장 삶이 진흙 같이 어두울 때 서로 위로하고 지지대가 되어 줍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 입니다. 이 어려운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추도식 내내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스톨텐버그는 차분한 어조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며 눈물을 머금고 가끔씩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차분히 읽어 내려 간다. 그의 비통한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의 연설은 비애, 좌절, 분노, 절규로 가득찼던 국민들에게 마음을 열고 포용하며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감싸주자고 호소한다. 이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고 난 후 노르웨이 국민들은 테러리스트의 재판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를 보며 테러리스트에게 지지 말자고 거듭 각오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얜스 스톨텐버그 총리의 연설은 미국의 레토릭 데이타뱅크에 세계적 연설로 소개되어 있다. Online Speech Bank: Jens Stoltenberg: Norway Bombing Tragedy Memorial Address (transcript-audio-video) (americanrhetoric.com)

참사현장에서 대학살을 목격하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에 뛰어들었던 생존자들을 위한 정신치료는 몇 년동안 지속되었다. 그들을 돌보는 정부의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소개되었다. 여전히 물리치료를 받고 있던 생존자들이 연극을 통해 치유하는 모습, 함께 사건현장에서 토론하는 모습을 담았다. 밤마다 이유없는 눈물과 고통속에서 보낸 생존자들이 차차 일상으로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제 상처는 아물고 견과류 껍질보다 더 단단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각오도 담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유가족들은 총소리 넘어 들려오는 딸과 아들들의 공포에 질린 마지막 절규가 환청으로 들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의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해 끝까지 실천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상담사들은 언제든지 기꺼이 상담에 응해 주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 할 정도로 방치하면 예전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무서운 증상이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할 의무는 국가와 지역사회에 있다. 금전적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담을 통한 정신적 치유와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다. 이럴 때 유가족들은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우토야 대참사가 있은 후 노르웨이 국민은 이전보다 더 사람들과 제도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저널에 4명의 사회학자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민들은 우토야 대참사를 겪고 난 후 정부, 지역사회 등에 대한 제도적 신뢰가 더 높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2-30대 젊은 세대들의 신뢰와 참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를 연구자들은 신뢰의 재동원 가설(Remobilization-of-trust hypothesis)이라 부르고 있다 (Wollebæk D, Enjolras B, Steen-Johnsen K, Ødegård G. After Utøya: How a High-Trust Society Reacts to Terror—Trust and Civic Engagement in the Aftermath of July 22. PS: Political Science & Politics. 2012;45(1):32-37. doi:10.1017/S1049096511001806). 정부의 노력으로 국가적 트라우마를 잘 극복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 정치커뮤니케이션의 한 연구분야로 추도수사학(Eulogistic rhetoric)이 새로 생겨났다. 슬픔과 충격상태에 있는 국민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연구하는 국가추도수사학 (National eulogy rhetoric)은 추도사를 국가지도자의 통치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글스칼라에서 추도수사학을 키워드로 입력해 보면 수많은 연구논문들을 읽어 볼 수 있을 정도다.

넬슨 만델라 추도 강연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할 뿐아니라 국가의 통합과 포용을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갖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희망을 통한 치유: 바락 오바마가 행한 국가추도사의 수사학적 분석(Healing through Hope: A Rhetorical Analysis of Barack Obama's National Eulogies)을 쓴 빅토리아 웨스트 교수는 국가지도자의 추도사는 국민 전체가 애도하도록 돕고, 공유된 이해와 인정을 통해 공통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도자의 추도사는 죽음을 인정하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현재에서 과거로 전환시키며,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직면했던 애도자들의 공포를 완화시켜 주며, 희생자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다시 결속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추도사를 통해 국가지도자는 유가족, 생존자 그리고 국민 모두가 좌절, 정신적 충격, 슬픔을 딛고 회복력 있는 국가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웨스트는 국가추도사는 네 가지의 요소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연구에서 주장한다.

첫째, 서문(Prooemium)은 그 자리에 모인 이유, 누구를 기리기 위한 추도의 자리인지 각인시킨다. 서문에서는 자신이 어떤 자격으로 이 조사를 읽고 있는지 소개하기도 한다. 스톨텐버그의 연설 서문에서 "오늘은 애도의 시간입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다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둘째, 칭송(Epainos) 부분은 희생자의 중요한 업적과 고귀한 정신, 그리고 순수한 이성과 정신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희생자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공동체 전체가 떠난 사람들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표현하고 유가족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스톨텐버그의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헌신과 업적으로 각인시켜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 위안(Paramythia 혹은 consolatio)은 가족, 생존자, 추도식 참가자, 그리고 전체 국민을 향해 던지는 위로의 표현으로 상실감과 비애에 빠져 있는 가족들에게 아픔을 함께 나누고 혼자가 아님을 각인시키는 내용을 담는다. 종종 이 부분은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로와 아픔의 공유를 담아내지 못하면 그 상실감은 오래가고,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배신감과 반감은 커지게 된다. 희생자의 이름을 한사람씩 불러 주는 것은 가족에게는 최대의 위안이 된다. 오바마의 조사를 보면 대개 희생자의 이름을 꼭 불러주며 가족과 눈을 맞추는 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톨텐버그도 희생자와 그들 가족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하며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넷째, 말문(Epilogue)에서는 모두가 아픔을 딛고 다시 하나가 되어 새로운 삶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는다. 말문은 다시 새롭게 공동체를 세우고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스톨텐버그의 연설 말미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으신 그 아픔, 저와 온 국민이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가장 삶이 진흙 같이 어두울 때 서로 위로하고 지지대가 되어 줍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 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천안함,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현장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 희생자의 유가족 그리고 함께 애도하던 국민들을 어떻게 치유하고자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가는 대형사고와 참사가 나면 무엇보다 보상체계에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트라우마 치료는 개인 책임의 몫으로 남겨놓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을 꼼꼼히 챙겨주질 못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국가추도식을 거행하면서 국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지도자의 추도사를 제대로 경험해 보질 못했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며, 따뜻한 말한마디로 동질감을 회복해 다시 하나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한번도 경험해 보질 못했다

국가적 재난을 당했을 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온전히 위로하고 치유하며 다시 극복할 수 있는 힘있는 추도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필요한 때다. 미래 국가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화합시킬 수 있는 수사학과 말을 구사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불신과 배신의 골이 더 깊어져 국가의 결속력은 급속도로 와해될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국가의 통합과 화합, 신뢰회복임을 다 같이 인식해야 할 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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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시정연설서 '성장' 36차례 강조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 2027년도 예산을 '성장 확산 예산'이라고 설명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성장'이라는 단어를 가장 전면에 내세우며 '투자' '국민' '지원' '미래'를 함께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2027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820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 주요 사용처를 국회에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성장'으로 연설 중 36차례 등장했다. 이어 '투자' 24차례, '국민' '지원'이 각각 22차례, '미래'가 16차례 언급됐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11.02 photo@newspim.com ◆"연간 수출 1조 달러 가시권" 이 대통령은 먼저 "우리 경제는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40여 년 만에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올해 상반기에만 3.8%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활약으로 연간 수출 1조 달러(1341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국가 경제의 성장세를 설명했다. 이어 "1인당 국민총소득도 4만 달러(5400만원)를 넘으며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 세계 6번째로 '5040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98년 외환위기 때 투입한 공적자금도 내년이면 모두 상환하게 된다"며 "2003년부터 25년에 걸쳐 97조2000억 원을 갚아 30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을 완벽하게 졸업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 경제의 전체적인 성장세 이면에 '양극화의 그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청년에게 첫 일자리 문턱은 높기만 하고 소상공인의 시름은 깊고 지역경제의 회복도 참으로 더디다"고 짚었다. 양극화 해법으로 이 대통령은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통한 투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적 노력으로 확보한 추가세수를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라는 4개의 축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깊은 격차를 완화함과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성장 발전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예산안의 중요 원칙 중 하나로 이 대통령은 "담대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대전환과 지방주도성장에 올해의 2배가 넘는 33조 원을 투자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인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AI 투자에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함께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6.11.02 photo@newspim.com ◆'지방' 15차례, '재정' 13차례, '경제' '국회' '예산' 각 12차례 언급 이 대통령은 '지방' 15차례, '재정' 13차례, '경제' '국회' '예산'을 12차례씩 언급했다. 지방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방지를 위해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지방우대 사업도 61개로 대폭 늘렸다"고 소개했다급했다.  국가 재정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3.9%였는데 내년에는 –0.1%로 20년 만에 가장 양호해진다"며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에서 48.3%로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의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될 때"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심의 과정에서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위대한 대한국민을 믿고 국회와 적극 소통하며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를 힘있게 열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pcjay@newspim.com 2026-11-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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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니엘 vs 삼성 최원태...KS 1차전 선발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KT 위즈가 삼성 라이온즈와 한 번도 맞붙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 데이비스 대니엘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최원태에게 다시 기대를 건다. 정규시즌 1위 KT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삼성의 첫 승부는 선발 투수의 컨디션과 상대 타선의 적응력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강철 KT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 투수를 발표했다. 대니엘과 최원태는 3일 오후 6시 30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 나선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된다. KT는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뒤 선발진 가운데 대니엘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공동 다승왕 고영표와 좌완 로건 앨런도 후보였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대니엘이었다.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대니엘은 짧은 기간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데이비스 대니엘(왼쪽)과 최원태. [사진=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2026.11.02 psoq1337@newspim.com 대니엘은 올해 7월 30일 맷 사우어의 대체 선수로 KT에 합류했다. 정규시즌 10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9월 이후에는 7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85로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 홈에서는 5경기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했다. 삼성 타자들이 대니엘의 공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도 KT가 기대하는 대목이다. 대니엘은 정규시즌 삼성전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시즌 막판 삼성전에 투입해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상대에게 공을 보여주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삼성전에 투입해 테스트해볼까 고민했으나 아예 안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일찌감치 대니엘을 1차전 선발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확실한 1선발이 없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1선발이 완성됐다. 대니엘도 경기를 통해 1선발로 맞춰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KT 이강철 감독. [사진=KT 위즈] 2026.11.02 psoq1337@newspim.com 다만 대니엘의 실전 감각은 변수다. 마지막 정규시즌 등판은 지난달 6일 키움전이었다. 약 한 달 동안 공식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이 구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경기 초반 감각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은 선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크리스 페덱과 아리엘 후라도가 플레이오프 4·5차전에 잇따라 선발 등판했다. 원태인도 불펜으로 이동해 5차전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순번상 최원태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맡게 됐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24경기에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KT를 상대로는 두 차례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6.94에 그쳤다. 두 경기 모두 수원에서 열렸다. 4월 4일에는 5이닝 5실점, 6월 9일에는 6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KT 타선에 약점을 드러냈던 만큼 이번 등판은 설욕의 기회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도 부담이다. 최원태는 지난달 29일 KIA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실점하고 조기 강판했다. 투구 수는 38개였다. 짧은 이닝에 그친 만큼 체력 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제구와 경기 운영을 회복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삼성의 박진만 감독이 1일 열린 PO 5차전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2026.11.01 wcn05002@newspim.com 박진만 감독은 최원태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원태인이 불펜으로 들어가면서 순번상 최원태가 선발로 나선다"며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했으나 경험이 많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다시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KT 타선에서는 김현수가 최원태의 경계 대상이다. 김현수는 최근 두 시즌 최원태를 상대로 10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안현민과 류현인도 최원태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낸 경험이 있다. 최원태가 초반 제구를 잡지 못하면 KT 타선이 빠르게 승부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두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목표도 뚜렷하다. KT는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 우승을 노린다. 삼성은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한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42차례 가운데 31차례 우승했다. 우승 확률은 73.8%다. psoq1337@newspim.com 2026-11-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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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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