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현충원장 상대 행정소송 냈으나 패소
"'국립묘지 영예성 훼손' 심의 결과 존중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6·25 참전으로 각종 무공훈장을 수여받았지만 10개월간 탈영한 전력이 있는 국가유공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들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6·25 참전 유공으로 화랑무공훈장과 충무무공훈장을 수여받고 군사작전 수행에 대한 유공으로 미국 동성훈장을 수여받았다. 또 외교부 장관과 국무총리 비서실 등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이후 A씨는 충무무공훈장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988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됐고 과거 전투 중 부상을 입어 전공사상군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A씨의 유족들은 2022년 A씨가 사망하자 그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 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현충원은 A씨의 병적자료에 탈영 이력이 있다며 안장 비대상자로 결정했다.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족들은 A씨가 탈영했다는 병적자료는 신빙할 수 없는 단순 오기에 불과하다며 현충원장을 상대로 안장 비대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은 병적자료와 같이 합계 약 10개월간 탈영 등으로 부대를 이탈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망인(A씨)이 전역 후에도 무사히 공직생활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적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수의 병적자료에 망인이 약 9개월간 탈영했다가 복귀하고 약 1개월간 전입부대에 도착하지 않은 사실과 그 근거가 된 명령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며 "거주표 등에는 각 기재사항마다 다른 종류의 필기도구가 사용돼 있어 해당 병적자료가 작성·관리되는 과정에서 오기 등 실수가 개입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의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군 복무 기간 동안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한 기간이 결코 짧다고 보기 어렵고 이탈을 정당화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인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