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계획이라고 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 또는 그의 보좌관들과 우크라 사태를 논의해 온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는 이미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우크라이나 침공 첫 해인 2022년 9월에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와 함께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주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해당 4개주 영토 병합이 불법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도록 무기를 지원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도 대치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구체적인 종전 구상을 직접 밝힌 적은 없다.
매체는 트럼프 외교정책을 구상하는 관계자들은 중국으로 인한 미국의 위협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길 원하며, 점차 커지는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 막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나토 확장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하고, 탈출구를 원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 사는 곳이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되더라도 괜찮을 것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통제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이 확장될 수 있으며,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에 반대해 그를 설득하려 노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난 내 시간의 100%를 트럼프와 우크라이나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써왔다"면서 "푸틴은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가 이 전쟁 끝에 이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무력으로 영토를 침공하는 일이 용납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영토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는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과거처럼 재무장한 뒤 다시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 없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주는 조건으로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가 더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했던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은 트럼프 팀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유럽의 안보 및 세계 질서의 전반적인 미래와 연관된 문제가 아니라 단순 영토 분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 위원은 이어 영토 포기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위협으로 여기는 유럽의 동맹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