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여전사는 제외
빅테크·핀테크, 규제사각지대에서 편익 누려
여전사 등 금융사는 역차별, 규제완화도 없어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예적금 비교추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빅테크 및 핀테크 플랫폼에만 허용하면서 '특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회사도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았지만 규제로 막혔다. 특히 그 규제가 여전사만 적용되고 빅테크나 핀테크는 제외하고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편익을 누리는 것이다.
온라인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는 2022년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시범운영이 결정됐다. 이듬해 7월 이 서비스를 핀테크, 빅테크 플랫폼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후 오프라인 보험 모집인(보험설계사)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발에 부딪쳐 차질을 빚다가 올해 1월에 서비스가 시행됐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해빗팩토리, 쿠콘, 핀크 등 7개 핀테크사의 플랫폼에서만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0개 손해보험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2022년 5월 여신금융협회는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과 여신금융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규제 개선 등을 요청하는 자리였다. [사진=여신금융협회] |
◆ 11개 핀테크 빅테크사만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 허용
빅테크 및 핀테크사만 보험 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가 허용된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해서 가능했다. 11개사 빅테크 및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회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
혁신금융서비스 인가의 근거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이다. 금융위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API 기반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소비자들의 정보자기결정권을 실현해 금융정보 통합조회서비스 뿐만 아니라 대환대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등 최근 출시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한다.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받은 빅테크나 핀테크에는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를 허용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받은 캐피탈, 신용카드사 등 여신금융회사는 이 같은 서비스를 불허했다. 여신업계는 "금융 계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 규제를 엄격하게 받고 있고, 이미 당국의 승인을 통해 역량도 검증 받았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운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빅테크 등 비금융계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을 거의 받고 있지 않아, 규제사각지대에서 편익을 누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신규 금융산업에서 특혜를 받았는데, 이젠 보험업에서도 막강한 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해 빅테크, 핀테크 기업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금융감독원] 2024.01.18 ace@newspim.com |
◆ 여전사, 2021년 이후 부수·겸영 업무 등 규제 완화 전혀 없어
특히 여전사에 대한 규제 개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사업자에서 제외되자 상대적 박탈감도 심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규제 혁신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규제혁신책은 나왔지만 여전사는 소외됐다. 2021년 11월 금융위원장 주관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여신전문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위한 방향 제시와 캐피탈사의 지원내용이 나왔다. ▲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캐피탈사에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 허용(자동차, 기계설비 등 구매 시 반드시 보험이 연계되는 특성 감안) ▲ 전자상거래(e-커머스), 실시간 방송판매 투자 및 진출 등 플랫폼 사업영역 확대 검토 ▲ 마이페이먼트, 마이데이터 활용 개인 맞춤형 금융 수요 창출 지원 ▲ 신기술사업자 융자한도 규제 완화 등이다.
하지만 이중 현재까지 실현된 내용은 한 건도 없다. 또한 업계가 줄기차게 요청해온 부수/겸영업부 범위 확대, 신사업 투자 확대 등의 여전법 개정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 11월 금융위 여전법 개정 TFT의 개선 방안 발표 시, 여전업의 부수업무 신고에 대한 완화 등 개선안이 포함되었으나 관련법의 개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여전사는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차입 경쟁력 약화, 부동산 PF 연체 위험 증가, 신용 리스크 증가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다른 업권에서 여전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가능하나, 여전사의 타 금융업권 진출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부수·겸영업무 확대 허용, 통신판매(중개)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