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일본 도쿄 증시가 34년간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일본 주식 투자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도 버핏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225지수는 1.8% 상승한 3만5049.86에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5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34년간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만 지수는 5%가량 상승해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52주간 닛케이225지수는 33% 급등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 2020년 8월 '일본 5대 상사(소고쇼사)'로 통하는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투자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에너지와 기술, 제조업 등을 포괄하며 일본 경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 버핏 회장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투자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 버크셔는 각 회사 지분을 약 5%씩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를 각 회사당 평균 8.5%로 늘렸다고 밝혔다. 버크셔가 지분율을 9.9%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추가 지분 인수도 가능하다.
지난해 말 별세한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커 버크셔 부회장은 일본 투자가 신이 내려주신 선물처럼 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신이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돈을 쏟아붓는 것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버크셔가 투자한 일본 상사들에 대해선 "이 회사들은 정말로 견고하고 오래된 기업들이며 값싼 구리광산과 고무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쉽게 차입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2024.01.12 mj72284@newspim.com |
월가 역시 34년간 가장 강해진 일본 증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이것은 엔화 약세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중단 이후 부각된 전 세계 주식시장의 '리스크-온'(risk-on, 위험 선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JP모간의 니시하라 리에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탈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닛케이 편입 기업들은 지난해 3%보다 높은 5%의 올해 임금 상승률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이 같은 임금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라고도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아쿠츠 마사시 전략가도 실질 임금 증가세가 올해 상반기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아쿠츠 전략가는 "실질 임금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돕고 마진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의 니시하라 전략가는 기업들이 경영권 인수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자본 비용과 주가를 더욱 의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소액 투자 비과세 제도(NISA)를 시작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 역시 상기했다.
BofA는 일본 주식시장이 상반기 랠리를 펼치다 7~9월에는 연초 이후 랠리를 소화하며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11월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오름세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