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입국 기치 속 신설 예고
과학기술 '홀대론' 속 기대감 고개
R&D 대폭 삭감으로 '넌센스' 지적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대통령실이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계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반면 뒤늦은 판단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더구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예산 복원 없이는 이 마저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 '과학기술 입국' 기치 속 신설 예고되는 과학수석
최근 대통령실이 내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수석실 산하의 과학기술비서관실을 떼어내 별도의 과학기술수석실을 두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11.14 photo@newspim.com |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기술 입국' 기치를 내건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얘기다.
과학수석은 이미 윤석열 정부 초기 인수위원회 시절에 강조됐던 자리다.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제안한 교육과학수석 직책이 신설되지는 않았다. 당시 인수위는 이와 관련 과학과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지만 행정부에서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정책인 만큼 과학교육수석을 따로 만들 시점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당선인 취임 후 필요하다면 고려한다는 방침이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핌DB] |
이번에 과학수석 신설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 홀대론'은 역대 정부에서 이어지다보니 과학기술인들의 소외감이 확대된 상태였다.
한 과학기술계 원로는 "지난해 논의됐던 과학수석 자리가 신설되면 과학기술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대통령실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에 온 힘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반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부에서도 과학수석 자리 신설 시 정책 설계와 결정 시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R&D 대폭 삭감 후 과학수석 신설은 '조삼모사'…"예산 복원 우선돼야"
과학수석 신설에 앞서 과학기술계에서는 대폭 삭감한 R&D 예산 복원이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나눠먹기식 R&D 예산 재검토' 주문에 맞춰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올해 31조1000억원 대비 16.6% 줄인 25조90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대부분이 즉각 반발했다. 과학기술 협·단체 및 연구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두고 '미래를 포기한 예산'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수석 신설은 과학기술계 전반의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는 "연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실에 과학수설을 신설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연구자들을 잠재적인 예산 도둑으로 몰아세운 뒤에 예산을 깎고 그 뒤에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고 따졌다.
더구나 최근 국민의힘이 R&D 예산을 일부 증액하려는 내년도 예산 심사방향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조삼모사' 또는 '생색내기'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R&D 생태계를 바꾸자면서 다짜고짜 예산을 삭감하고 삭감된 예산에 맞춰서 개혁하라는 것은 실상 정부 스스로 R&D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바른 말을 못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일부 예산을 증액하는 것 역시 총선을 앞두고 R&D 구조개혁에 대한 전략을 갖추지 못한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