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본인 과실도 상당...모든 책임 돌리는건 가혹"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 서초구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안전의무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근로자 본인의 과실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5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대표 이모 씨와 A건설업체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시인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은 작업환경이나 작업도구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일반적인 사고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 근로자는 가로 48cm, 세로 71cm 규모의 상당히 작은 환기구에서 도장작업을 하다가 추락했다. 다른 근로자들도 왜 그곳에서 사고가 났는지 의아해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본인도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작업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의 안전의무 위반 외에도 근로자의 과실이 상당히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모든 형사상 책임을 피고인에게 물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7일로 사고 당시 현장 관리감독과 도장공정 반장으로 일하고 있던 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업체에서 근무하던 피해자 B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환기구 페인트칠을 하던 중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수사 결과 A업체는 B씨에게 안전모·안전대를 착용하게 하지 않고, 추락 방호시설도 설치하지 않아 안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B씨가 사망하기 전에도 수차례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추락 방호시설 미비를 지적받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대표 이씨는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고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이러한 안이한 대응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해 이씨와 A업체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는 서울 소재 검찰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이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