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외교 기피인물' 지정엔 즉답 안해
[서울=뉴스핌] 이영태 윤채영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은 12일 논란이 일고 있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최근 '베팅'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싱하이밍 대사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언급한 것은 무례한 언급이 아니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12 leehs@newspim.com |
그는 "주한 대사가 야당 정치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다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문제는 타국 대사가 우리나라 정책에 관여하는 데 자리를 깔아주고 작심하듯 이어지는 고압적 막말에 공손히 두 손 모아 들으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그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외교부는 그렇기 때문에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서 대사의 언행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박 장관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야 한다'는 국내 일각의 주장에는 "외교부는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고 이웃 국가"라며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중국과는 상호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상호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상호 존중이란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이번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은 한중 간 우호를 증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중 우호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들어 약 15분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배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이후 한국 장호진 외교부 차관이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내정간섭이라며 엄중 경고하고 항의하자, 중국 측도 10일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정재호 주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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