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발생 약 45초 후 현장에 되돌아와"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31일 도로교통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1일 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도 별도의 주·정차 금지장소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주·정차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와 상관 없이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정차를 할 수 없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의 모습. 2021.10.21 hwang@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 CCTV영상을 보면 당시 음주운전을 하고 있던 피고인은 피해자를 치고 잠시 서행하는 듯하다가 피고인 주거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점에서 도주의 범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면서도 "만약 피고인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다면 피고인은 주거지 내 주차장으로 갈 것이 아니라 곧바로 멀리 도망가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판시했다.
또한 "도주 의사가 있었다면 주차장 안에서 도피할 방법을 고민하거나 사고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주저하는 등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CCTV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고 발생 약 45초 이후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주차장 문이 열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약 7~8초 후 사고현장에 되돌아온 것으로 피고인은 주차 후 곧바로 사고현장에 돌아갈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케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 도착해 스스로 119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던 점,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도망가지 않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상당히 중대한 범죄이다"며 "만 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게 됐고 유족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점, 음주운전의 폐해를 중하게 판단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 구간을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만취상태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낸 뒤 현장을 이탈하여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호조치 하지 않는 등 위법성이 매우 중한 사건"이라면서 "유족 측에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중한 사건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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