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이상의 가격 거래 방식의 통정매매 아냐
라덕연이 계좌·휴대폰으로 매수·매도로 가격 영향
휴대폰 200개, 고객 위탁받아 직접 거래한 증거 조사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금융당국이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배경에 주가 조작이 있는지 수사하면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에게 '시세 조종 혐의'를 두고 있다. 라 대표가 2~3년 동안 투자자 수백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8개 종목의 주가를 조금씩 올렸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통정거래(같은 세력끼리 시간, 가격을 정해두고 대량의 거래를 함으로써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 혐의도 두고 있다. 과거처럼 2인 이상이 공모한 통정거래가 아니라, 라 대표처럼 1명이 여러개의 거래계좌와 수단을 동원해 사고 팔기를 했다는 것이다.
◆ 2~3년간 매매로 가격 올려...혐의 입증까지 장시간
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통정매매는 2인 이상이 공모해 특정 주식의 매도와 매수로 주고받으면서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라덕연 씨는 투자자들의 계좌와 휴대폰을 받아 본인이 매도와 매수를 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는 시세조정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통정매매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통정매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식매매 거래내역 하나하나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라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까지 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판단하는 라 대표의 거래 방식은 '셀프 통정매매'다. 고객으로부터 휴대폰을 받아 본인이 직접 매매한 점을 라 대표도 인정했고, 당국은 이것이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본다. 그가 투자했다는 8개 종목 모두 2~3년에 걸쳐 거래량을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라 대표와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라 씨의 H투자컨설팅업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가 200개로, 이를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라 대표는 통정매매를 통한 시세조정은 부인한다. 수익금의 50%를 성과보수로 받았지, 시세 조정을 위한 매매거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통정매매는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의 책임자를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찾겠다고 밝혔다. 2023.04.28 mironj19@newspim.com |
◆ 다우데이타 9시 개장부터 이상거래량 600%...키움증권 반대매매 계좌는 9시24분으로 늦어
라 대표는 시세조종의 혐의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8개 종목 오너에게 돌리고 있다. 김 회장이 상속 문제로 다우데이타 주가를 끌어올려 많은 매매 차익을 얻은 뒤, 블록딜(장외 대량 매매)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반대매매를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주가 급락으로 본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그러나 키움증권 측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부인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라 대표는 다우데이타에 대한 키움증권의 반대매매로 매도 주문이 나와 주가가 하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처음 매도를 한 것은 키움증권이 아니다"며 "키움증권과 연계된 CFD 계좌에서 첫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은 24일 오전 9시 24분쯤"이라고 말했다. 다이데이타 주가 폭락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미다. 24일 다우데이타의 거래량을 보면, 9시 개장 후 5분간 전날보다 603%나 늘었다. 대규모 이상 거래조짐이 나타났다는 증거로, 9시 20분에 가격 하락폭이 20%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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