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포퓰리즘 법안"
남는 쌀 강제 매수 의무화…"농업 발전 도움 안돼"
"재의 요구, 헌법 부여한 정부 역할…불가피한 결정"
농식품부, 오는 6일 민정당협의회 개최…대책 발표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재의 정식으로 요구했다.
남는 쌀을 강제로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결과적으로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국가적 이익에 반해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부당한 법률안에 대한 정부의 재의 요구는 헌법이 부여한 '삼권분립에 따른 행정부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와 언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당정 간의 협의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2023.04.04 yooksa@newspim.com |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구체적으로 3가지 이유를 들어 정부의 반대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지금도 남는 쌀을 더 많이 남게 만들고, 이를 사는데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매년 증가해 2030년 1조4000억원대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쌀값은 떨어지고, 쌀 재배농가 소득도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개정안의 시장격리 기준은 매월 9월경에 생산량과 다음연도 수요량을 추정해 수요를 3~5% 초과할 경우, 초과 생산량 전부를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격리 기준을 3%로 하든 3~5%로 하든 차이가 없고 결과는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현재도 남는 쌀이 매년 5.6% 수준이고, 강제매입을 시행하면 최소 6%에서 최대 16%(평균 11.3%)까지 늘어나게 되어 매년 초과생산량 전부를 시장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29 pangbin@newspim.com |
정부는 또 식량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꼽았다.
쌀은 이미 충분한 양을 정부가 비축하고 있고, 남아서 문제인 상황을 감안했다. 농업인들이 계속 쌀 생산에 머무르게 해 정작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국내 생산을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농업·농촌과 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안임에도 입법과정에서 실질적인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통과를 전후로 많은 농업인단체에서 이 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정부와 당이 충분히 협의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세심히 살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4월 6일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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