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에 '동여도'의 지리정보 필사 형태
'동여도'와 '목판본' 합친 형태, 소장 대동여지도중 최초
상세한 지리정보 제공…군사 시설 등 표기
김기혁 교수 "지도상 필체 김정호 아닐 것으로 추정"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정호가 1864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동여지도'가 일본에서 환수됐다. 이번 환수본은 채색 필사본인 '동여도'와 목판본 '대동여지도'가 합쳐진 형태로, 국내외서 발견된 '대동여지도' 중 최초다. 다만 이 지도상에 적힌 필체는 김정호의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3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단(이사장 김정희)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대동여지도'를 공개했다.
최응천 청장은 "이번에 환수한 '대동여지도'는 1864년 '대동여지도'에 가필, 색칠하고 '동여도'에 기술되어 있는 지리정보를 필사한 것으로 채색 필사본인 '동여도'와 목판본 '대동여지도'를 하나의 지도 속에 담은 희귀한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와 같은 형태의 지도는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사례이며 국내에 소장되어 있는 기존 목판본 '대동여지도'와는 유물의 구성 형식과 배치 방식 등에서도 다른 특징을 지녀서 환수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대동여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국내에서 최초 확인된 '동여도'의 주기 내용이 필사된 '대동여지도' 판본이다. 2023.03.30 yooksa@newspim.com |
이번 환수는 지난 7월 일본에서 발견돼 해당 유물 소장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존재가 확인됐다. 정보 입수 이후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수차례에 걸친 재단의 면밀한 조사, 관계자간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올해 3월 국내로 들여왔다.
'대동여지도'는 조선의 지리학자이자 지도 전문 출판자인 김정호(1804~1866 추정)가 1861년 처음 제작·간행하고 1864년에 재간한 22첩의 병풍식 전국 지도첩이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1864년 제작된 것으로 목판본에 '동여도' 구조의 채색과 붓으로 지리정보를 기록한 형태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표본으로 삼은 조선전도로 조선시대의 교통로와 군사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8000여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린 채색 필사본이며 현재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이번 '대동여지도' 환수 과정에 참여한 김기혁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번에 환수된 지도는 목판본인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동여도'에 적힌 지도제작법, 지도사용법 등의 내용을 필사해 보완한 최초의 사례로 확인된다"고 가치를 평가했다.
이어 "환수본은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용된 형태로 추정되며 국내에 소장돼 있는 '대동여지도'와는 다른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어 환수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환수본에서 주목할 점은 목록 1첩, 지도 22첩, 총 23첩으로 된 구성이다. 보통 '대동여지도'는 목록이 따로 없고 22첩으로 구성하며 제 1첩 구성과 순서에서 차이가 있다. 환수본은 '동여도'의 형식을 따랐으며 목록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지역의 지리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대동여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국내에서 최초 확인된 '동여도'의 주기 내용이 필사된 '대동여지도' 판본이다. 설명하고 있는 김기혁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2023.03.30 yooksa@newspim.com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환수본에는 '동여도'의 주기(지도 여백에 적힌 지리 정보) 내용이 대부분 필사되어 상세한 지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일대가 묘사돼 있는 제2첩의 경우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백두산정계비'와 군사 시설 간의 거리가 필사돼 있다. 또한 울릉도 일대가 묘사돼 있는 환수본의 제14첩에는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기재돼 있지 않은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의 내용이 필사로 적혀있다.
김기혁 교수에 따르면 붓으로 기록된 이 지리정보는 김정호의 필체가 아니다. 김 교수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누군가가 붓으로 새로 기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도의 필체는 김정호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필사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동여도를 접할 수 있는 지식인이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판에 지리정보를 다 새기는게 한계가 있으니 이를 보완하려 누군가가 누락된 정보를 채워넣기 위해 추가한 것으로 본다"며 "개인이 했을지 국가가 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동여지도' 판본은 지난해 기준 국내에 21점, 국외 14점이 있다. 시대별로 보면 신유본은 26점, 갑자년은 7점, 시대를 알 수 없는 지도는 2점이다. 이번 환수본은 갑자본이다.
김기혁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대동여지도 환수본은 국내에서 최초 확인된 '동여도'의 주기 내용이 필사된 '대동여지도' 판본이며, 국내 소장된 '대동여지도' 갑자본과 '동여도'가 희소하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조선의 지도 제작과 활용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 자료일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지리 정보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대동여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국내에서 최초 확인된 '동여도'의 주기 내용이 필사된 '대동여지도' 판본이다. 2023.03.30 yooksa@newspim.com |
'대동여지도' 환수본은 추후 문화재청이 소장처를 정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은 이번에 환수한 '대동여지도'를 통해 조선의 지도 제작과 활용상황을 살펴보고, 조선시대 지리정보연구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연구하겠다"고 첨언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