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미국과 한국 등이 공동 개최하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중국 관영 매체가 맹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9일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가장 해야 할 일은 미국에 약을 처방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매체는 글에서 "'미국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잠비아·코스타리카·한국·네덜란드를 공동 개최국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미국은 이번 회의에 1차 때보다 8개 늘어난 121개 국가(지역) 정상이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의사 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회의의 형식감이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약화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매체는 회의 개막 직전인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초등학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신 참사가 미국이 들고 있는 '민주주의' 기치를 피로 물들였다"며 "올해에만 백 여 건의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10년 기록을 깼다. 많은 미국 가정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때에 워싱턴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강요하고 있다니 잔혹하고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그 동기로나 결과로나 '반(反) 민주적인 것이고 완전히 미국의 외교 및 지정학적 이익에만 봉사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일방이 정한 기준에 따라 국제사회를 민주주의·비민주주의 진영으로 구분한 것은 단결과 협동이 시급한 세계에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부 세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보도가 주로 '우크라이나 충돌(전쟁)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이 기타 국가를 '경쟁' 전략에 협조하게 하는 '홍보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몰골은 추악할뿐만 아니라 흉악하기까지 하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매체는 또한 "미국은 줄곧 '자유'와 '다원', '포용'을 정치 민주주의의 본질로 내세워왔지만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오히려 미국이 의심과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식 민주주의와 다른 것을 용인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의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민주국가'로서의 권력을 갖고 이러한 권력에 의지해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이는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기 사건이 빈발하고 민족차별이 엄중하며 금력(金力)정치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식 민주주의'는 감화력을 잃었다"며 "그런 미국이 하는 회의에 여전히 가는 사람이 있는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관이나 가치관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각기 다른 바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민주주의 교주'가 되고 싶겠지만 미국에는 그런 자격이 없다"며 "미국이 이렇게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중요시 한다면 꼭 해야 할 일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스스로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이라고 썼다.
[사진=환추스바오(環球時報) 갈무리] 중국 관변 매체 환추스바오는 29일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가장 해야 할 일은 미국에 약을 처방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
한편 중국 외교부 역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의 '가짜 민주주의'와 '진짜 패권'의 본질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29일 영상으로 개최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이 "공공연히 이념으로 선을 긋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족정신을 모독하고 짓밟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이 타국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과 '소위' 민주주의를 내세워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일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