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심 사이비 종교 경험담 공유 글 줄지어 올라와
"대학원생인데 논문 협조해달라", "유튜브 인터뷰 해달라" 수법 다양
전문가 "포교 활동 불법 아니라 제재 어려워"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스타트업 매거진인데 첫사랑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00씨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00씨 번호를 이벤트 보드에 적어주셨어요. 잠시 인터뷰할 수 있을까요?"
익명을 요청한 제보자 A씨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혹해 인터뷰에 응했다. 발신자는 "첫사랑 중 (A씨의 이름을 적었으리라)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느냐"부터 시작해 "인턴이라 인터뷰 못 따면 팀장님께 혼난다", "한 시간 정도 그냥 떠들다가 간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A씨를 유혹했다.
A씨의 집 근처까지 오겠다고 하자 A씨는 더는 거절이 어려워졌다. A씨는 "나 역시 잡지사 비슷한 곳에 다니고 있어 인터뷰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까짓거 해주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독자 제공] 2023.03.09 whalsry94@newspim.com |
실상은 달랐다. 잠깐의 인터뷰 진행 후 뜬금없이 '성격검사지'가 들이밀어졌다. 검사지에는 '창의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규칙이 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등 잘 짜였다고 보기 어려운 질문 50여개가 있었다. 이후 2,3번 더 만나자는 요청이 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한 B씨와 급격한 친밀감을 느낀 A씨는 자신의 정보를 다 털어놨지만 곧 수상함을 느끼고 이를 친구에게 말하던 중 사이비 포교 활동임을 깨닫게 되었다.
잠깐이나마 B씨와 친밀감을 느낀 A씨의 충격은 컸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A씨는 철저히 익명을 요청하고 직접적인 대면 인터뷰는 피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최근 한국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파헤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관심을 끌면서다. 특히 그 수법이 과거에 비해 치밀해져 당시에 자신이 관련 경험을 했는지도 몰랐다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포교 활동을 당했다는 20대 신모 씨 또한 "서점에서 자신이 대학원생이라며 논문 때문에 그러는데 심리검사를 해달라고 했다. 일정이 바빠 거절하고 지나쳤는데 생각해보니 사이비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네에 전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허름한 옷에 허름한 백팩에 전체적으로 촌스러워서 딱 봐도 사이비라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옷도 대학생들처럼 트렌디하게 입고 20대 커플처럼 돌아다녀서 구분이 어렵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 인터뷰 등을 가장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유튜브 콘텐츠 제작 중인데 인터뷰할 수 있냐고 해서 갔더니 심리검사를 요청하고 가족관계 등을 물었다"며 "진짜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놓아서 잘못하면 속겠더라. 촬영도 실제로 진행돼 사이비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나날이 치밀해지는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종교의 자유에 의한 포교 활동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 제재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JMS(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에 나온 기독교복음선교회 단체)의 경우 인지 수사를 해서 집단의 범죄 전반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성행하는 포교 활동은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비판받을 여지는 있어도 불법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